올 겨울 메이저리그 FA(프리 에이전트) 최대어 투수인 잭 그레인키(29·전 LA 에인절스)의 LA 다저스 입단이 유력해지고 있다. 그레인키 영입 성사 여부는 다저스와 협상을 준비 중인 류현진(25·한화)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저스, 그레인키 계약 눈앞에
그레인키는 올 시즌 15승5패 평균자책점 3.48를 기록했다. 캔자스시티 시절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받은 2009년(16승8패 평균자책점 2.16)과 비교하면 부진한 편이다. 포스트시즌 통산 평균자책점도 6.84로 좋지 않아 에이스라기보다는 2선발급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그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올해 메이저리그 FA 시장에 투수 공급이 적고 수요는 많기 때문이다. 에인절스와 다저스가 경쟁하면서 그레인키의 몸값은 6년간 1억5000만 달러(약 1627억원)까지 거론되고 있다. 연평균으로 계산하면 C.C.사바시아(뉴욕 양키스)의 7년간 1억6100만 달러 계약을 뛰어넘는 FA 투수 최고액이다.
현재로선 그레인키 영입전은 다저스의 승리로 끝날 듯하다. 미국 CBS스포츠는 28일(한국시간) "그레인키가 에인절스의 3선발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LA 에인절스가 그레인키 계약을 사실상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텍사스도 그레인키를 탐내고 있지만 FA 외야수 조시 해밀턴의 영입에 힘을 쏟고 있어 쉽지 않다. 다저스는 지역 케이블 방송과 계약 갱신을 통해 연평균 2억 달러가 넘는 돈을 확보해 머니게임에서도 우위에 서 있다.
▶류현진에게는 어떤 영향이?
그레인키가 가세할 경우 다저스는 클레이튼 커쇼-그레인키-채드 빌링슬리-조시 베켓이라는 확실한 4명의 선발을 갖추게 된다. 류현진이 다저스와 계약을 하더라도 5선발 정도의 위상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뜻이다. 류현진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주장하는 2~3선발급과는 차이가 있다. 그레인키에게 거액이 흘러가면 류현진에게 돌아올 몫이 줄어들 수 있다. 그레인키의 다저스행이 류현진의 협상에는 그리 유리한 조건이 아니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류현진이 다저스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류현진의 미국행 의지가 강한 데다 다저스 역시 포스팅에서 거금(2573만 달러)을 베팅할 정도로 류현진을 원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저스는 마이너리그 투수 유망주들이 많지 않아 장기적으로 다량의 선발투수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언론인 ESPN LA는 29일 '다저스의 전략은 메이저리그 윈터미팅(12월4~7일)에서 그레인키나 카일 로시(FA·전 세인트루이스) 등 확실한 빅리거급 투수 영입을 시도한 뒤 류현진과의 진지한 협상을 벌인다는 것'이라며 '2500만 달러면 류현진과 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TIP: 잭 그레인키는 누구?
2002년 드래프트 전체 6번 지명을 받고 캔자스시티에 입단한 오른손 투수다. 당시 리그 최하위에 머물던 팀 성적과 대비돼 '불운한 천재'로 불렸다. 2004년 빅리그에 데뷔해 8승11패 평균자책점 3.97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리그 최다인 17패(5승)를 당하며 고꾸라졌다. 그리고 우울증을 동반한 정신장애를 겪으며 2006년 단 세 번의 등판에 그쳤다. 어렵게 마운드에 돌아온 2007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부활 가능성(7승7패)을 보인 뒤 2009년 16승8패 평균자책점 2.16으로 사이영상을 수상하며 리그 최고의 투수가 됐다. 올 시즌 15승을 포함해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91승78패 평균자책점 3.77이다. 밀워키(2011~2012년)와 LA 에인절스(2012년)를 거쳐 올 시즌 FA 자격을 취득했고 투수와 야수를 통틀어 최대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