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챔피언 FC 서울과 FA컵 챔피언 포항 스틸러스가 29일 오후 포항 스틸야드에서 K-리그 43라운드 대결을 치른다. 우연하게도 리그, FA컵 우승팀 맞대결이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년도 리그, FA컵 우승팀이 대결을 펼치는 잉글랜드 커뮤니티실드처럼 대결 구도가 짜여졌다.
이미 목표를 이룬 두 팀이지만 자존심 대결은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열릴 스틸야드도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성공한 두 팀, 무공해 VS 용광로
두 팀은 색깔있는 축구로 올 시즌을 평정했다. 짧지만 임팩트있는 키워드를 팀 색깔로 입혀 경기에 그대로 실천했다.
서울은 무공해 축구를 표방했다. '무조건 공격하라'는 뜻과 깨끗한 페어플레이를 하자는 의미가 동시에 담겨있다. 실제로 서울의 공격력은 막강했다. 중심에는 '데몰리션 콤비' 데얀(31), 몰리나(32)가 있었다. 데얀은 이미 30골을 넣어 K-리그 한 시즌 최다골을 기록했고, 몰리나는 18골 18도움으로 파괴력있는 공격력을 과시했다. 확실한 골잡이들의 활약뿐 아니라 페어플레이에서도 돋보였다. 42경기를 치르면서 419개의 파울만 범했다. 가장 깨끗한 경기력으로 최고의 경기력을 입증했다.
포항은 예전부터 용광로 축구를 구사해왔다. 공격 축구를 표방하는 것은 서울과 같지만 파괴력을 갖춘 선수들이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5골 이상 넣은 선수는 7명으로 데얀·몰리나·하대성 등 단 3명뿐인 서울보다 많다. 미드필더의 짜임새있는 움직임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면서 황진성(28), 박성호(31) 등 공격력을 갖춘 선수들이 어디서든지 골문을 정조준한다.
2012 시즌 마지막 대결, 독수리 VS 황새
최용수(39) 서울 감독이 부임한 지난해 이후 황선홍(44) 감독과 모두 6차례 만났다. 최 감독은 황 감독과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던 절친한 사이다. 그래도 최 감독은 승부의 세계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3승1무2패(FA컵 포함)로 최 감독이 우위를 점했다. 최 감독은 "지난 9월 치른 포항전을 이긴 것이 우승으로 가는데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전북과의 선두권 경쟁에서 중요했던 상황에서 지난 9월 22일 포항을 홈으로 불러들여 3-2로 승리했다.
그런 황 감독은 자존심이 상했다. 이번만큼은 홈팬들 앞에서 이기겠다고 벼르고 나섰다. 황 감독은 올 시즌 마지막 서울전을 앞두고 "서울의 리그 우승을 축하한다. 그래도 마지막 승부는 승부다"면서 "홈팬들 앞에서 경기를 한다. 올해 1승2패로 열세였는데 이번만큼은 꼭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고 단단히 벼렀다.
시즌 베스트11 격돌, 하대성 VS 황진성
하대성(27·서울), 황진성(28·포항) 두 팀의 간판 선수 대결도 불꽃 튄다. 둘은 다음달 3일 열릴 K-리그 대상 시상식에 베스트11 미드필더 부문 후보에도 올라있다. 큰 목표는 이뤘어도 아직 이들의 2012 시즌이 끝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대성은 팀 주장다운 듬직한 플레이로 팀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5골 7도움으로 팀내 국내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황진성도 만만치 않다. 올 시즌 10골 8도움으로 시즌 10(골)-10(도움) 클럽에 바짝 다가섰다. 더 성숙해진 플레이로 팀의 상승세를 이끄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둘의 희비는 엇갈렸다. 하대성은 베스트11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지만 황진성은 수상에 실패했다. 황진성은 "올해만큼은 꼭 받고 싶다. 마지막까지 내 플레이를 펼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 K-리그 프리뷰(43라운드·29일)
그룹 A
▶제주-수원(29일 오후 7시·제주W)
수원은 부산전에서 이겨 ACL 출전 티켓을 확보했다. 목표를 달성한 수원이 '원정팀의 무덤' 제주에서 힘을 쓰기 어려울 듯. 제주는 마지막 홈 경기서 유종의 미를 노린다.
▶포항-서울(29일 오후 7시30분·포항 스틸야드·KBSN)
K-리그, FA컵 우승팀간 맞대결. 올 시즌 3차례 대결에서 모두 한 골 차로 승부가 갈렸다. 2승1패로 서울이 우세. 황선홍·최용수 두 젊은 감독의 지략 싸움도 볼 만 하다.
▶부산-울산(29일 오후 7시30분·부산 아시아드)
승리가 절실한 두 팀의 대결. 부산은 스플릿라운드 1승4무7패다. 최근 6경기 2무4패. ACL 우승에 올인하느라 리그에 소홀했던 울산은 최근 11경기 연속 무승(6무 5패)이다.
▶경남-전북(29일 오후 7시30분·창원축구센터)
전북은 경남전 승리로 2위 확정 노린다. 전북은 한 시즌 팀 최다득점 신기록에도 도전한다. 81골을 기록 중인 전북은 2003년 성남의 85골에 4골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