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군단'도 진짜 사자는 무서운가 보다. 젖먹이 아기 사자를 보자마자 연방 식은땀부터 흘린다. 생애 처음으로 사자를 가까이에서 봤다는 류중일(49) 삼성 감독은 "섬뜩하더라"며 슬며시 웃었다.
삼성은 24일 SK와의 한국시리즈(KS) 1차전에 앞서 '아기사자 라이온즈 우승 기원' 행사를 했다. 류 감독과 진갑용, 이승엽, 오승환 등 대표 선수들이 에버랜드에서 데려온 생후 2~3개월짜리 아기 사자 4마리를 안고 기념 사진을 찍는 이벤트였다. 채성수 삼성 구단 홍보팀 대리는 "KS에서 필요한 승수가 4승이어서 사자도 4마리를 공수했다. 사자의 기운을 받고 우승하겠다는 의미다"고 전했다. 오후 늦게 도착한 아기 사자들은 사육사의 품에서 젖병을 물고 있었다.
문제는 '포토타임'에 벌어졌다. 의연하게 대처할 줄 알았던 류 감독과 선수들이 적잖이 당황했기 때문이다. 더그아웃에서 먼저 아기 사자를 만난 류 감독은 안는 방법을 몰라 사전 교육을 받았다. 그는 "살면서 야생동물은 처음 안아봤다. 솔직히 섬뜩하더라"고 첫 느낌을 전했다. 이어 "안고 있다 보니 이내 따뜻한 체온이 전해졌다. 이런 아기 사자가 훗날 커서 사나운 맹수가 된다고 생각하니 의아하고 신기했다. 이 기운을 받아 우승해야겠다"라고 말했다.
'끝판대장' 오승환은 아기 사자 때문에 체면을 구겼다. 얌전할 줄 알았던 사자가 오승환의 팔뚝을 꽉 잡고 놓지 않더니 나중에는 어깨까지 기어 올라갔기 때문. 아무리 젖병을 빠는 아기라고 하지만, 맹수의 기운은 그대로 갖고 있었다. 점점 얼굴이 붉어지던 오승환은 사자를 떼어내느라 식은땀을 흘렸다. 오승환은 키 178cm·몸무게 92㎏의 당당한 체구를 갖고 있지만 집에서는 화초 가꾸는 것을 즐기는 부드러운 남자다.
사자를 대하는 태도가 제일 씩씩했던 선수는 '라이온 킹' 이승엽이었다. 이승엽은 1999년 당시 한 시즌 최다 신기록이었던 43호 홈런을 치고 갓 태어난 사자 '여비'를 선물 받은 경험이 있다. 그가 이날 안은 아기사자는 13년 전 그가 받은 '여비'의 외손자였다. 이승엽은 아기 사자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포즈를 취했다.
모로가도 한양만 가면 된다. 진짜 사자들의 기운을 받아서일까. 삼성은 이날 귀한 1승을 거두며 KS 2연패 달성에 청신호를 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