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비(28)가 오랜만에 가수로 컴백했다. 지난 2010년 '평생'을 발표했지만, 방송활동을 전혀하지 않아 무대에 서는 건 3년만 이다. 2006년 혼성그룹 타이푼으로 데뷔해 '엉뚱걸' '4차원걸'로 불리며 방송에서 맹활약하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TV에서 모습을 감췄다.
"갑자기 연예활동에 대한 공허함이 몰려오더라. 안좋은 일들이 겹치면서 모든 걸 접고 은둔하기 시작했다."
긴 슬럼프를 딛고 무대에 다시 서기를 결심하기까지 솔비는 끊임없이 자기와의 싸움을 거듭했다. 등산을 하며 마음을 다잡고,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며 세상에 대한 원망도 조금씩 지워냈다.
"어느 순간 내가 너무 배불러서 복에 겨워 투정을 한 거란 생각이 들더라.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예전 솔비처럼 엉뚱발랄한 웃음과 즐거움을 드릴 자신이 있다."
긴 터널을 지나 웃음을 되찾은 솔비의 컴백곡은 '오뚝이'다.
-슬럼프는 왜 시작된 건가.
"여러 어려운 일들이 같은 시기에 쏟아졌다. 아빠 처럼 믿고 따랐던 소속사 대표님과 헤어지게 된 후 꼭 홀로 버려진 느낌이 들더라. 뭘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그러면서 예능에서 했던 말들이 내게 상처로 돌아오는 걸 알았다. 솔직한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왜곡되는 일도 많더라. 극심한 우울증을 겪었다."
-쉬는 동안은 뭐했나.
"일을 아예 쉬지는 않했다. 방송을 끊은거다. 2010년엔 연극도 하고, 뮤지컬도 하며 새로운 무대에도 도전했다. 우울증이 오니 대인기피 불면증도 오더라. 정신놓고 있다가는 그 병에 빠져서 정말 망가지겠더라. 등산다니고 홀로 기차여행도 하고 드럼·피아노 그림까지 닥치는대로 배웠다. 딴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림을 그리면서 심리치료가 많이 됐고, 책을 읽으며 우울증을 이길 수 있었다. 세상에 나 혼자란 생각에 힘들었는데 서점에서 혼자 나와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나만 혼자가 아니란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안정되더라. 좋은 글귀도 많이 봤고. 경제적으로도 쪼들렸는데 책을 사서 선물하니 주변 사람들도 좋아하더라. 봉사활동 다니면서 '내가 배가 불러 투정을 했구나'란 생각이 들어 정신을 차렸다. 부끄러워 눈물이 떨어질 때가 많았다. 뭐가 잘 났다고 힘들어하나란 반성을 했다. 좋은 영향을 주는, 웃음주는 사람이 돼야 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겪고 나니 왜 그랬던 것 같나.
"어려서 가수를 꿈꿨고 고생을 별로 하지 않고 금세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이 일 저 일을 겪으면서 상처도 많았다. 매니저들 도움 속에서 살다보니 나란 인간이 혼자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더라. 편의점도 혼자 가본 적이 없고 뭐 물건 하나를 제대로 살 지 모르는 사람이었다. 돌아보니 돈이나 인기, 명예가 인생에 그리 중요한 게 아니더라. 연예인이란 게 내 직업일 뿐이지, 내 인생 자체가 연예인이 되지 말자는 결론을 내렸다. 난 솔비이지 연예인 솔비가 아니다."
-컴백을 결심하고 다시 예전 소속사를 찾았더라.
"내가 먼저 사장님께 다시 하고 싶다고 만나자고 했다.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그 당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자고 마음 먹었다. 순위보다 맘편하게 활동하고 싶은게 먼저다."
-복싱도 배웠다고. 이시영 처럼 출전할 생각은.
"연극을 위해 8개월 정도 배웠다. 이시영씨는 정말 대단한 실력이고 난 그냥 아마추어다. 해보니 권투는 정말 '깡'으로 하는 거더라. 자기가 맞아도 전혀 티내지 않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하고 감정을 컨트롤 해야 한다. 난 실력이 안된다."
-음반 만드는 과정은 어땠나.
"타이틀 곡은 '오뚝이'다. 기성세대들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하우스댄스곡이다. 오랜만에 안무연습하려니 좀 힘들긴 하다. 아주 세련된 무대라기 보다 솔비다운 무대가 될 거다. 재킷그림은 내가 그렸고, 뮤직비디오 스타일은 친구인 블랙펄의 미카가 해줘 더 애착가는 앨범이다."
-걸그룹과 경쟁은 자신있나.
" 그 친구들과 나는 좀 다르지 않나. 경쟁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다. 난 컴백을 앞두고 아침프로그램에 먼저 나갔다. 좀 더 어르신들 한테 포커스를 맞추고 싶다. 10대를 타깃으로 하는 가수는 아니지 않나. 아이돌 음악이 너무 많으니 좀 더 성인취향의 음악을 하고 싶었다."
-이번 앨범 목표는.
"성적에는 크게 연연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순위가 높으면 당연히 좋겠지. 더 늦으면 가수 솔비란 이미지를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음반을 준비했다. 이번 활동을 통해 '가수'솔비란 각인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