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프로야구 신인지명회의의 특징은 '타고투저(打高投低)'였다. 20일 열린 회의에서 9개 구단은 총 95명의 선수를 뽑았는데 그중 타자가 56명으로 59%를 차지했다. 예년보다 높은 비율이다. 특히 두산은 1~2라운드에서 모두 외야수를 뽑았다. 김태룡(53) 두산 단장은 "10년 뒤를 내다보고 신인지명 계획을 세웠다. 미래를 위해 A급 야수를 뽑았다"고 말했다.
다른 구단은 상위 라운드에서는 여전히 투수를 선호했다. 김시진(54) 넥센 감독은 지난 16일 목동 두산전을 앞두고 "신인드래프트에서 투수 자원을 우선적으로 뽑을 생각이다. 다른 팀도 비슷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그의 말마따나 넥센과 KIA·한화·롯데·SK·NC는 모두 1라운드에서 투수를 선택했다. LG는 1라운드에서 외야수를 뽑았지만, 2라운드는 투수를 충원했다.
그러나 두산과 삼성은 예외였다. 두산은 1라운드에서 북일고 출신 외야수 김인태를 선택했다. 이번 신인드래프트에서 외야수 중 가장 먼저 호명된 그는 2008년 삼성 우동균 이후 5년 만에 1라운드에 지명된 외야수가 됐다. 두산은 2라운드에서도 대전고 출신 외야수 이우성을 뽑았다. 삼성은 1, 2라운드에서 정현(부산고)과 김영환(신일고) 등 모두 내야수를 지명했다. 1~2라운드를 모두 외야 자원으로 채운 팀은 두산뿐이었다.
두산은 '화수분'이라는 애칭이 있을 정도로 내·외야 백업이 탄탄하다. 당장 외야에는 김현수·이종욱·정수빈·임재철이 버티고 있고 내년에는 민병헌이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다. 지난 7월9일에는 우익수 이성열을 넥센 1루수 오재일과 트레이드할 만큼 외야에 자신감을 보여왔다. 반면 투수자원은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다. 특히 중간계투는 홍상삼·고창성·김창훈 외에 눈에 띄는 선수가 없다.
그럼에도 투수가 아닌 야수에 방점을 찍은 이유가 뭘까. 김태룡 단장은 "2년, 길게는 10년 후를 바라봐야 한다. 구색을 맞추자고 B급 투수를 상위 라운드에 지명하지 않는다. 내년에는 드래프트에서 좋은 투수자원이 배출된다. 올해는 야수를, 내년에는 투수에 비중을 두겠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프로야구 프런트로서 20년 이상 잔뼈가 굵었다. 부분보다는 전체를 보고 '베어스'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는 "그동안 김동주를 잇는 거포가 나오지 않았다. A급 야수로 평가 받는 김인태와 이우성에게서 제2의 오른손 거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복근 두산 스카우트팀 차장은 "김인태는 공·수·주 삼박자를 갖춘 대형 야수다. 방망이는 물론 승부를 할 줄 안다. 2~3년 안에 주전급 활용이 가능하다. 이우성 역시 장타력이 상당하다.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