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왼 골반 통증으로 2군에 내려갔던 롯데 송승준(32)이 25일 1군으로 돌아와 대전 한화전에 선발 등판했다. 그러나 1⅔이닝 만에 4피안타 4실점(2자책)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송승준이 2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온 건 올 시즌 처음이다. 그는 5월25일 두산전에서 시즌 4승째를 따낸 뒤 8경기 연속 승리를 추가하지 못한 채 5연패에 빠졌다. 시즌 9패째로 올 시즌 8개 구단 투수들 중 최다패다.
주형광(36) 롯데 투수코치는 경기 전 "(송)승준이의 몸 상태는 완벽하다. 오랜만의 등판이라 변수가 있겠지만 1~2회가 괜찮으면 길게 던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 코치의 말대로 송승준은 힘있는 공을 뿌렸다. 그러나 계속되는 불운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1회말 첫 타자부터 꼬였다. 송승준은 한화 선두타자 오선진과 9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벌였다. 그러다 오선진이 받아친 9번째 공이 투수 강습 타구가 돼 송승준의 왼 정강이에 맞았다. 내야 안타. 마운드에 쓰러져 고통스러워하던 송승준은 1분여 뒤 일어나 다시 공을 던졌으나 그의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다.
롯데 수비진은 통증을 참고 버티는 송승준을 도와주지 못했다. 송승준은 다음 타자 고동진에게 3루수 앞 병살 타구를 유도했으나 2루 포스 아웃 뒤 1루수 박종윤이 평범한 송구를 놓쳐 1루에서 고동진을 살려줬다. 이어진 1사 1루에서 최진행 역시 2루수 정면으로 가는 병살 코스의 땅볼을 굴렸으나 롯데 2루수 박준서가 이 공을 글러브 옆으로 빠뜨려 1사 1·3루를 만들었다. 벌써 끝났어야 할 1회말이 길어지자 송승준은 흔들였다. 김태균에게 볼넷을 내줘 만루 위기를 맞자 양승호(52) 롯데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 송승준을 다독였다. 송승준은 장성호를 짧은 외야 플라이로 처리해 투 아웃까지 잡아냈으나 이대수에게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맞고 결국 실점했다.
2회초에도 송승준은 아픈 왼 정강이 때문에 투구 밸런스가 흔들렸다. 첫 타자 신경현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이여상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위기를 맞았다. 오선진을 삼진으로 돌려세워 불을 끄는 듯했으나 고동진과 최진행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2점을 더 내줬다. 결국 양승호 감독은 송승준을 내리고 김수완을 올렸다.
이날 송승준의 투구수는 55개. 최고 구속이 시속 149㎞를 찍었을 정도로 직구에는 힘이 있었다. 그러나 1회말 왼 정강이에 맞은 공과 수비 실책 때문에 시즌 최악의 기록을 남기고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롯데 구단은 "왼 정강이 통증은 단순 타박상이기 때문에 다음 경기 등판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