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 출연 여가수 중 최고 스타는 단연 박정현(34)이다. '나가수'의 긴장감에 실력 발휘를 못한 가수들이 수두룩했지만, 강단있는 박정현은 펄펄 날았다. 짱짱한 가창력으로 재평가 되며 걸그룹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국민요정'으로 불리며 첫 CF까지 찍었다. 데뷔 후 가장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박정현이 최근 8집 '패럴랙스(Parallax)'를 발표했다. 급상승한 인기에 살짝 기대 게으름을 피울 법도 하지만 오히려 음악적인 도전은 과감해졌다. 타이틀곡 '미안해'는 국내에 생소한 라틴팝, 이이언·몬구 등 인디신의 뮤지션들까지 앨범에 끌어들였다. 특유의 화려한 R&B 기교를 덜어내며 새로운 창법에도 도전했다.
"요정이란 얘기를 서른 후반에 들으니 참 난감하더라. 외적인 평가라면 그건 금방 늙어 사라져 버릴 것들 아닌가. 박정현이 발전하는 건 오로지 음악 안에서 가능하다. '나가수'덕분인지 도전이 두렵지 않더라."
-어떻게 지냈나.
"'나가수'를 끝낸 뒤에는 MBC '위대한 탄생'에서 멘토 역할을 하느라 바빴다. '위탄'은 방송되는 것에 비해 할 일이 정말 많고 책임감도 무거웠다. 멘티들에게 그렇게 정이 들고 깊이 마음이 갈 지 나도 몰랐다. 이후엔 공연·앨범 준비에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노래했다."
-앨범 타이틀이 '패럴랙스'다. 어떤 의미인가.
"'시각차이'란 뜻인데 포털 사이트를 검색하다가 알았다. 앨범을 만들고 들려드리는 과정과 잘 맞는 단어란 생각이 들더라. 녹음할 때 어떤 감정으로 불렀든 들어주는 분들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니까. '매트릭스'처럼 사이버틱한 느낌도 들어서 좋더라. '나가수'덕분에 용감해 졌는지 이번 앨범에 도전적인 곡들이 많아 잘 어울린다."
-타이틀곡 '미안해'는 멕시코 그룹의 노래다.
"멕시코 인기그룹 까밀라가 2009년 발표한 '미엔테스(Mientes)'를 리메이크 했다. 정규앨범 타이틀을 왜 리메이크곡으로 했을까 의아해 하실거다. 노래가 좋아서 들을 때마다 우리말로 부르면 어떨까란 상상을 했었다. 가사는 정석원씨가 다시 썼고, 편곡은 돈스파이크가 했다. 원곡느낌을 살리면서 국내팬들에게 거부감을 없애는 게 숙제였다. 댄스나 록스타일로 너무 많이 변신하면 기존 팬들이 서운하실 것 같고 또 늘 부르던 발라드를 부르면 식상하실 것 같았다. '미안해'가 딱 이런 고민을 해결해 준 곡이다."
-가수는 노래 따라간다고들 하는데 또 헤어지는 가사다. 그간 연애는 좀 했나.
"인터뷰 앞두고 결혼 얘기를 많이 물어보실 것 같아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 기자들도 포기했나 보다. 질문을 너무 안하시더라. 아쉽게도 사람을 만날 시간이 전혀 없었다. 소개팅 해주겠다는 분들에게 '내년이면 시간이 날 것 같다'고 답을 하니 김이 빠져서 다들 취소하더라. 그런데 난 별로 걱정은 안한다. 하나님이 정한 인연이라면 언제든 만나게 되지 않을까."
-몬구·이이언 등 인디뮤지션들이 참여했다.
"처음에 그분들에게 전화를 걸어 '가수 박정현'이라고 하니 장난치는 줄 알고 '누구라고요?'라며 몇 번을 다시 묻더라. 처음 만난 날도 '박정현에게 다 맞추겠다'는 자세들이길래 '새로운 걸 하고 싶다. 나를 배려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지금껏 디바 컨셉트 노래는 많이 불렀으니 신선한 걸 하고 싶다고 했다. '레인드롭스' '유 돈 노우 미' 등이 그렇게 탄생했다. 전혀 새로운 나를 꺼내 준 거 같아 만족한다."
-요즘 술친구는.
"녹음 때문에 한참동안 술은 입에 대지도 못했다. 술 한 잔 하며 수다 떠는 걸로 스트레스를 푸는데 여유가 없어서 맘편히 마실 수가 없었다. 거의 매일 녹음이 있어서 목관리를 해야했다."
-제2의 전성기, '국민요정'이란 얘기도 듣는다. 인기 급상승한 느낌은 어떤가.
"좋은 일인데 처음엔 좀 당황스러웠다. 대중가수이니 유명세를 겪는 것도 내 일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데뷔한 지 10년이 훨씬 넘어 이런 경험을 하니 좀 당황했다. '꿈에'를 불렀는데 '신곡이냐?' '누구 노래냐?' 고 물을 땐 서운하기도 했다. 10년간의 노력이 헛수고였나란 생각이 들어 좀 슬프기도 했다. 김범수씨도 그런 비슷한 생각을 했다더라."
-'국민요정'이란 단어에는 익숙해졌나.
"목소리 때문에 2집부터 'R&B요정'이란 얘기를 듣기는 했다. '나가수'이후 '국민요정'이란 얘기도 많이 듣고, 요즘 어딜 가면 '예뻐요'라는 함성도 많이 들린다. 좀 젊은 나이에 들었으면 관리라도 할 텐데. 하하. 서른 후반에 그런 얘기를 들이니 걱정이 되더라. 금방 늙어버릴테니…. 진짜 외모를 보고 하는 말씀은 아니겠지. 난 음악으로 밖에 보여드릴 게 없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