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축구의 상징 지소연(21 아이낙 고베)의 머릿속에 ‘2년차 징크스’는 없었다. 말 그대로 “처음 들어본 얘기”라고 했다. 자신만만하고 투지 넘치는 지소연은 ‘미신’ ‘설’ 같은 것은 믿지 않는다고 했다. 1골 1도움으로 개막전부터 활약한 비결은 “평소 하던대로”였다.
15일 오사카 다카츠기와의 개막전에서 7-0대승을 이끈 지소연은 “내일(16일)은 룸메이트들과 벛꽃놀이를 갈 계획”이라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이라고 말 할 땐 영락없는 스무 살 숙녀였다.
- 개막전에서 시즌 첫 골과 동시에 팀의 마수걸이 골을 기록했다.
“몸이 좋은 상태였다. 시즌 전 연습경기 때도 3번 다 골을 기록했다. 그냥 하던대로 했다. 상대팀(오사카 다카츠기)이 2부리그에 막 올라온 팀이라 이날 나 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골을 많이 넣었다.”
일본 여자실업축구 나데시코리그는 1,2부로 구성돼 승강제 시스템이 적용된다. 1부에 10팀, 2부에 12팀이 있으며, 2부 리그 상위 1·2팀끼리 결정전을 통해 1부리그 최하위팀과 자리를 맞바꾼다.
-이제 두 번째 시즌이다. 용병으로서 첫 해는 어땠나.
“텃세같은 건 없지만, 그래도 교체할 땐 날 제일 먼저 부르곤 했다. 아무래도 지난해는 적응하는 의미가 컸다. 올해 감독님께선 공격포인트도 많이 올리고 더 공격적으로, 적극적으로 하라고 주문하셨다.”
- 지난해 8골 6도움을 올렸다. ‘2년차 징크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그게 무슨 얘긴가.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첫해 잘 한 선수가 이듬해엔 주변의 견제 등으로 고생을 한다는 의미라고 하자) 그런 건 신경 안 쓴다. 올핸 지난해엔 놓친 득점왕을 차지하는 게 목표다."
- 일본은 작년에 여자월드컵에서 우승했다. 비교가 될 수도 있겠다.
“월드컵에서 우승한 뒤로 여자 축구의 인기가 상당하다. 길을 가다보면 사와 호마레 언니 등 국가대표 선수들은 모두 다 알아본다. 사실 한국과 일본 축구의 스타일은 큰 차이가 없는데 환경 자체가 다르다. 일본은 여자 축구 선수가 3만명이 넘는데, 우리는 1500명이다. 일본에선 A매치도 많이 열린다.”
- 월드컵 우승 이후 후원도 많이 늘었다는데.
“우리팀에 국가대표 선수들이 많은데, 후원 기업이 여럿이다. 관중들도 평균 1만명은 된다. 부럽진 않다. 오히려 이를 더 악물게 된다. 언젠간 우리도 월드컵 우승을 차지할 거다."
지난 2010년 지소연이 활약한 FIFA U-20(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이 3위를 차지하고, 여민지가 속한 U-17 대표팀이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며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도, 후원도 크게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2012런던올림픽 출전이 좌절되며 다시 '비인기종목'으로 전락했다.
- 팀에서 마음을 터 놓는 동료는 있나.
"함께 방을 쓰는 카와스미 나호미와 다나카 아수나와 친하다. 1년을 넘게 함께 지냈더니 이제 눈빛만 봐도 서로 마음을 안다. 가끔 한국과 일본의 남자 팀 경기 볼 때면 서로 다투기도 하는데, 볼링하고 쇼핑하면서 푼다."
- 여자 셋이서 축구 얘기만 하진 않을 같다.
"안그래도 내일(16일) 언니들과 벚꽃놀이를 가기로 했다. 영화도 볼 거다. 어떤 옷을 입을지가 고민이다. 치마는 안 입으니... 아무래도 청바지를 입어야겠다."
지소연이 동료들과 보러갈 영화는 ‘보쿠라가 잇타(우리들이 있다)’다.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청춘 스타 이쿠타 토마가 주연을 맡았다. 20대 여대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