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대형마트의 이상한 점심시간 방침이 구설수에 올랐다. 아르바이트생을 포함한 직원들은 물론이고 협력업체 직원에게까지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게 하면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떡 등 간단한 요깃거리로 몰래 허기를 달래기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대형마트 측에서는 그런 적이 없다며 극구 부인했다.
지난 1일 포털사이트 네이트에 '직원들 도시락 못싸오게 하는 대형마트'라는 글이 올라왔다. '식당밥맛없어'라는 ID를 쓴 네티즌은 자신을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직원의 딸이라고 소개하고 '마트에서 앞으로는 도시락을 싸오지 말랍니다. 무조건 식당에서 밥을 사먹어야 한다고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글은 댓글이 160개가 넘게 달릴 정도로 네티즌 사이에 뜨거운 호응을 얻었고 일부 네티즌은 이 대형마트를 '이마트'라고 지목했다.
실제로 전·현직 직원들에 따르면 이마트는 도시락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현재 이마트 계산원으로 일하는 조모씨는 "출근 시간에 가방을 무조건 검사한다. 가방에 도시락이나 간식같은 게 들어 있으면 아예 매장 내에 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명절기간 마다 아르바이트를 했던 학생과 계약직 및 외부업체 직원들도 하나 같이 "도시락을 싸오지 못한다. 이마트에 있는 직원 식당에서만 밥을 먹을 수 있다"며 "이는 이마트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에게 해당되는 얘기"라고 했다.
이마트 C점 사무직 관계자도 도시락 반입 금지 사실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규정이 그렇다. 다른 지점들도 똑같이 시행 중이다. 질병이 있어서 음식 조절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예외를 적용한다"고 말했다. 매장에 도시락과 간식 등 먹거리를 반입하지 못하다 보니 직원들의 불만이 높다. 가장 큰 애로는 무조건 직원 식당을 이용해야 하는 점이다. C지점 문모씨는 "3000원짜리 식권을 사서 직원 식당을 이용했었는데, 튀김류가 많다보니 속이 좋지 않아 가지 않는다"며 "대신 떡이나 요깃거리 등을 몰래 주머니에 넣어 일하면서 눈을 피해 먹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주류매장에서 일했던 전 직원은 "몸이 안 좋아 죽 생각이 나도 무조건 식당 밥을 먹어야 했다"며 "교대직원이 없을 경우 점심시간이 30분 밖에 안돼 밖에 나갈 수도 없었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그는 또 "아직까지도 도시락을 금지시킨 이유를 모르겠다. 점심시간에 내가 뭘 먹어야 할 지 꼭 회사가 정했어야 했나 싶다"고 덧붙였다.
직원들은 도시락 반입을 금지하는 정확히 이유에 대해 알지 못했다. 다만 한 직원은 "구내 식당도 급식업체와 계약을 맺었으니 수익이 나야 할 것이다. 그래서 식권을 사라 그러는 게 아니겠느냐"고 추측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 본사는 오해라고 주장했다. 이마트 홍보를 맡고 있는 신세계 홍보실 관계자는 "마트에서 반찬 등을 팔고 있어 마트 내 음식인지 싸온 음식인지 구분하기 위해 출근 때 소지품 검사를 한다"며 "도난과 같은 특수한 상황 때문에 도시락을 가져오지 못하게 하는 게 오도된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