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프로야구는 9회에 가장 뜨거워질 전망이다. 마무리 투수들의 강속구 경쟁이 어느 해보다 치열하기 때문이다.
올 시즌 스프링캠프에서 각 팀의 최대 화두는 마무리였다. 고향 팀 KIA로 돌아온 선동열 감독은 겨우내 불펜 강화를 외치며 마무리 투수들을 테스트했다. 또 한화 바티스타, 두산 프록터, LG 리즈 등 외국인 투수들이 잇따라 마무리 투수로 낙점 받았다.
올해 마무리 보직을 받은 이들은 대부분 팀 내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정통파 투수다. KIA의 임시 마무리로 나서고 있는 사이드암 유동훈 정도가 예외로 꼽힌다. 한때 잠수함 마무리 등이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닥치고 강속구'가 트렌드다.
외국인투수 '100마일 전쟁'
선전포고는 김기태 LG 감독이 했다. 시범경기를 앞두고 그는 "우리 마무리는 리즈"라고 깜짝 발표를 했다. 지난해 선발로 11승(13패) 평균자책점 3.88을 올린 수준급 투수를 갑자기 마무리로 돌린 것이다. 게다가 리즈는 불펜 경험이 거의 없다.
김기태 감독은 리즈의 '파이어 볼'을 탐냈다. 지난해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고 구속인 161㎞를 기록한 리즈를 마무리로 세워 뒷문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김기태 감독은 "마무리가 안정되면 역전패가 적어진다. 팀이 안정감을 찾는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리즈는 지난 17일 삼성과의 잠실 시범경기에서 9회에 등판, 이승엽 한 타자만 상대해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3월 중순인데도 최고 구속은 156㎞가 찍혔다.
한화는 지난해에 이어 바티스타에게 마무리를 맡겼다. 충분히 검증을 거친 선수이기 때문에 한대화 감독의 믿음이 깊다. 바티스타는 18일 넥센전 9회에 등판해 삼자범퇴로 팀의 6-0 승리를 지켰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0㎞가 기록됐다. 지난해에는 최고 157㎞까지 던진 적이 있다.
두산은 새 얼굴 프록터를 마무리로 낙점했다. 18일 롯데전 9회에 등판해 1이닝 1안타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스피드 153㎞를 기록했지만 제구력에 물음표가 달렸다. "마무리를 맡기기엔 안정감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김진욱 감독은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필승조 출신인 프록터를 신뢰하고 있다.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후 지금까지 몇몇 외국인 투수들이 마운드 뒷문을 맡았다. LG 앤더슨, 현대 스트롱(이상 98년) 한화 토마스(2008~2009년) 등이다. 그러나 외국인 투수가 세이브 타이틀을 차지한 건 2009년 공동 구원왕 애킨스(롯데·26세이브)가 유일하다.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스타일로는 국내 타자들을 당해내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외국인 마무리는 이전 세대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진다. 모두 100마일(약 161㎞)에 육박하는 광속구를 뿌린다. 이 정도 속구라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각 코칭스태프의 평가다.
혹시 '오승환 효과'?
2009년 KIA가 로페즈(14승)와 구톰슨(13승)을 앞세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자 각 팀은 앞다퉈 외국인 선발을 우선적으로 구했다. 그러나 지난해 삼성 우승의 키 플레이어는 단연 마무리 오승환이었다. 최고 구속 154㎞의 '돌직구'가 부활하자 삼성을 당해낼 팀이 없었다.
오승환이 47세이브(블론세이브 1번)를 기록하며 든든하게 뒷문을 지키자 8회 이전 등판한 삼성의 중간 투수들에게도 무리가 가지 않았다. 강력한 불펜은 선발진의 안정으로 이어졌다. 특급 마무리의 존재 유무에 따라 팀이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느냐를 보여준 시즌이었다.
외국인 마무리를 쓰지 않는 팀들도 '오승환 효과'를 낼 수 있는 투수를 찾고 있다. SK는 오른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다음달 복귀 예정인 엄정욱을 마무리로 낙점했다. 그동안 SK에는 조웅천(은퇴) 정대현(롯데) 등 언더핸드 마무리가 많았지만 이만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선발로 뛰던 엄정욱을 보직변경했다.
2003년 국내 선수 최고 스피드(158㎝) 기록을 세웠던 엄정욱은 여전히 150㎞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진다. 이밖에 넥센은 손승락, 롯데는 김사율에게 변함 없이 뒷문을 맡긴다. 이들은 파이어볼러 수준은 아니지만 검증된 우완 마무리 투수라는 공통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