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축구 승부조작 가담자들, 그 이후 어찌 하나?
승부조작 가담자들의 행보는 크게 두가지 방향이었다. 대다수는 축구 선수의 삶을 포기하고 제2의 인생을 힘겹게 개척하고 있다. 일부는 해외 리그 진출을 타진하며 축구 선수로 살아남을 길을 모색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느 정도 자금력을 갖춘 몇몇 베테랑 선수들은 사업 또는 자영업을 시작했다. 최근 지방에서 음료 도매업을 시작한 골키퍼 출신의 A선수는 "축구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더 열심히 일하고 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버는 것 못지 않게 머릿속에서 축구를 떨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젊은 선수들의 경우 지인을 통해 취업하거나, 또는 군 입대를 준비 중이다. 지방 모 구단에서 미드필더로 뛰다 승부조작에 연루돼 영구제명 처리된 B선수는 "군 입대를 신청해놓고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보내고 있다.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쓰는데, 가급적 영장이 나올 때까지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다른 (승부조작 가담) 선수들 중 취업한 이들도 간혹 있지만, 나이트클럽 웨이터 등 고된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최성국과 마찬가지로 '축구선수로서의 길'을 포기하지 못한 이들도 있다. 부산 수비수 출신의 이정호가 사우디아라비아 클럽 알 이티파크에 입단(현재는 계약 해지)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몇몇 선수들은 베트남, 태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변방리그 진출을 목표로 협상 중이다. 일부 동남아 클럽들의 경우 아시아 최강 K-리그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해 승부조작 가담자들의 영입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FIFA가 승부 조작을 엄격하게 징계하기로 해 해외 진출의 길도 봉쇄됐다.
선수 자신들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승부조작은 무거운 마음의 짐을 남겼다. 승부조작 가담자 부모들은 모임을 결성해 선수들이 수감됐던 창원교도소 주변을 청소하고 지역 자선단체를 돕는 등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과 꾸준히 교류 중인 최순호 서울 미래기획단장은 "아들의 죄를 조금이라도 씻어보기 위해 부모들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면서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이 책임 의식을 갖고 승부조작 선수들의 재활을 도와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2명만 적발된 야구와 달리 축구는 승부 조작 파문으로 인해 호된 대가를 치른 셈이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