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부터 7년간 사랑을 받았던 원조 미팅 프로그램 MBC '사랑의 스튜디오'의 경우 누구를 좋아하는지 직접 말로 표현 하지도 않고 마음에 드는 이성의 번호가 적힌 버튼을 몰래 누르는 포맷이었다. 하지만 현재 방영중인 SBS '짝'과 케이블 채널 tvN '더 로맨틱'의 경우 출연자들이 자신의 감정을 확실하게 드러내며 커플 만들기에 집중한다. '사랑의 스튜디오'부터 KBS 2TV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03)·KBS 2TV '좋은 사람 소개시켜줘'(05~06)·MBC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08~09)를 거쳐 현재 방영중인 '짝'·'더 로맨틱'까지 촘촘히 비교 분석하며 미팅 프로그램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아봤다.
▶스튜디오를 벗어나 야외로
답답한 스튜디오를 벗어나 야외로 나갔다. '사랑의 스튜디오'는 마치 EBS 퀴즈 프로그램처럼 남녀 출연진이 자신의 이름이 적힌 단상 앞에 서고, MC가 그 가운데 서서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출연진은 서로 마주 보고 서 있기는 하지만 그 거리도 족히 50m는 됐다. 정장을 말끔히 입고 등장한 이들은 자신의 이름과 나이, 학교 혹은 회사 등의 프로필을 소개하며 진지한 분위기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출연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끼와 매력을 발산하는 시간이 있긴 했지만 이 또한 마치 회식 분위기처럼 딱딱하고 어색했다.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은 제목처럼 산장에서 촬영을 했지만 남자 연예인들과 일반인 여성들은 최종 선택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산장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았다.
반면 '짝'은 촬영 장소부터 일단 야외다. 애정촌(남녀가 함께 생활하는 숙소)에서 일반인 남녀가 일주일 동안 머물며 서로 일상 모습을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더 로맨틱'은 촬영을 위해 해외까지 간다. 지난달 11일 첫 방송된 '더 로맨틱'은 크로아티아에서 10명의 남녀가 운명적인 만남을 하고 10일 동안 함께 지내는 모습을 그렸다.
▶오락성에서 리얼함으로
과거 미팅 프로그램은 실제 커플이 탄생하는 것 보다는 남녀가 커플을 이뤄 게임을 하고 춤과 노래 등을 선보이는 데 포커스를 맞췄다. 리얼함 보다는 오락성과 재미를 더 추구했던 것. 대표적인 예가 바로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과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 이 두 프로그램에서 일반인이라며 등장한 출연자들 대부분이 연예인 지망생이거나 데뷔를 앞둔 신인이었다. 그렇다 보니 이들은 커플을 만들기 보다는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기에 급급했고,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연인으로 발전한 경우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깜짝 스타만 탄생했다.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를 통해 이윤지·임성언·김빈우·이윤미·서지혜·윤정희 등이 연기자로 데뷔했고,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에 출연한 김보미·애프터스쿨 유이·LPG 이세미 등도 방송 출연 직후 연예계에 입문했다.
하지만 최근 방송중인 미팅 프로그램은 리얼 그 자체다. 카메라가 있으나 없으나 출연자들은 자신의 반쪽을 찾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데이트를 통해 서로를 알아보고, 마음을 확인한다. 원치 않게 삼각관계가 형성되거나 짝사랑을 할 경우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쟁취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는 출연자가 있다. 리얼해진만큼 프로그램에서 만나 실제 연인으로 발전한 경우도 많다. 최근 한 커플은 '짝'에서 처음 만나 최근 결혼에 골인했다.
▶편성 시간의 변화
미팅 프로그램의 형식이 변하면서 프로그램 편성 시간도 확 달라졌다. '사랑의 스튜디오'는 매주 일요일 오전 가족이 아침 식사를 한 후 옹기종기 모여서 봤던 프로그램이다. 남녀 일반인 출연자의 부모님까지 등장하며 다소 진지한 분위기로 진행된 '좋은 사람 소개시켜줘' 역시 일요일 오전에 방송됐다.
미팅 프로그램이 주말 오후로 편성되기 시작한 건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부터였다. 그동안 MC를 제외하고 일반인만 나오다가 미팅 프로그램에 스타가 출연하기 시작하면서 방송 시간이 달라졌다. 스타가 자신의 일반인 친구와 함께 등장해 주선자 역할을 하는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도 같은 이유로 토요일 오후 황금시간대에 전파를 탔다.
미팅 프로그램에서 남녀의 감정선을 매우 디테일하게 그리기 시작하면서 방송 시간대는 더 늦어졌다. 짝'과 '더 로맨틱'은 밤 11시에 방송된다. '짝'과 '더 로맨틱'에서는 남녀가 적극적으로 감정 표현을 하고, 때로는 과감한 스킨십을 한다. 서로를 알아보기 위한 질문도 거침없다. 연봉부터 연애 횟수까지 구체적으로 물어보며 이성을 탐색한다.
방송 관계자는 "과거 미팅 프로그램에서 연예인 지망생이 일반인 출연자로 가장하고 출연해 프로그램의 의미를 퇴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짝'과 '더 로맨틱'에는 스타나 연예인 지망생이 단 한 명도 출연하지 않는다. 따라서 남녀가 사랑하는 모습을 더 리얼하고 현실적으로 담아낼 수 있고, 시청자들도 이런 모습을 보면서 몰입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도 리얼이 대세다. 미팅 프로그램 역시 대본이 있거나 가식적이라면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