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J는 10일 오전 9시(한국시간) 칠레 산티아고 테아트로 콘포리칸에서 3000여명의 팬이 모인 가운데 한국 가수 최초 남미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소녀팬들은 한글이 적힌 붉은색 티셔츠 차림으로 한국 취재진에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건넸다. '다시 시작' '함께 가면 길이된다'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멤버 이름이 적힌 야광봉을 흔들었다. 지구 반대편의 공연장이지만 다른 건 피부색 뿐이었다. JYJ는 칠레와 페루 공연을 끝으로 지난해부터 시작된 15개국 월드 투어 대장정을 마쳤다.
▶콘서트 열기는 한국 이상
JYJ가 칠레에 몰고 온 한류는 강렬했다. 팬들은 공연장 앞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일주일 전부터 노숙을 감행했다. 공연장을 에워싼 인파의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노숙을 했다는 마고리 페레즈(25)는 "매일 아침에 와서 밤늦게까지 자리를 지켰다. 기다리는 시간이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오히려 JYJ와 가까워지는 느낌이라 너무 좋고 흥분됐다"고 말했다. 엘리슨 살라스(24)는 "언젠가 JYJ와 한국 사람들과 인사할 날이 올 줄 알고 한국어를 배웠다. 잘은 못하지만 JYJ 노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얼굴을 붉혔다.
공연 시작 3시간 전부터 열기는 뜨거웠다. 줄을 선 팬들과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팬들로 공연장 인근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열정의 나라답게 JYJ를 응원하는 구호도 계속됐다. 목이 터져라 '미 이히또 리코(Mi hijito Rico)'를 외쳤다. '사랑스런 내 남자'라는 뜻으로 '리코'는 격한 애정을 표현할 때는 쓰는 단어다. 입장을 시작한 팬들은 '로스 애스따모스 애스빼란도(우리들이 기다리고 있다)'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20분, 10분을 소리치며 카운트다운했다. 공연 시작도 전에 이미 실신한 여성팬도 눈에 띄었다.
▶JYJ 또 언제 볼까 눈물바다
공연이 시작되고 JYJ 월드 투어를 소개하는 영상이 나오자 장내는 떠나갈 듯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최고조에 달한 응원단을 보는 듯했다.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며 JYJ를 연호했다. JYJ는 2010년 발매한 첫 영어 앨범 '더 비기닝(The Beginning)' 수록곡 '엠프티'(Empty)로 무대를 열었다. 팬들과 같이 붉은색 옷을 입고 등장해 파워 퍼포먼스로 분위기를 압도했다. 김재중이 작사·작곡한 '피에로(Pierrot)'에 이어 재 편곡한 '에이 걸(Ayyy Girl)' 등의 레퍼토리가 이어졌다. 격정적인 댄스와 달콤한 R&B에 팬들은 넋을 잃었다. 이날 공연의 백미는 멤버들의 솔로 공연. 박유천은 자신이 작곡한 노래 '아이 러브 유(I LOVE YOU)'를 감미로운 가성으로 선보였다. 김재중은 자신이 출연한 드라마 SBS '보스를 지켜라'의 주제곡 '지켜줄게'를 열창했다.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김준수는 '인톡시케이션'을 불렀다.
히트곡 '찾았다'를 부르자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이어 '비 더 원(Be The One)' '낙엽' 등의 곡이 이어졌다. JYJ는 "이 먼 나라의 팬들이 우릴 알고 좋아하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앞으로 월드 투어에서 칠레는 빠질 수 없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마지막 곡 '인 헤븐'(In Heaven)을 부른 JYJ는 앙코르를 외치는 팬들의 성화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약 2시간에 걸친 남미 첫 단독 콘서트 후 팬들의 눈가에는 감동과 아쉬움의 눈물이 고였다.
▶남미는 'K-POP 앓이' 중
JYJ의 음반은 칠레에서 정식 발매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타고 이들의 인기는 급상승 중이었다. 공연 전 만난 한 칠레 팬은 "칠레에서 JYJ 팬 숫자가 최근 급속도로 증가해 수만명에 이른다"며 "해외 사이트에서 음반을 공동 구매하고 온라인 영상을 볼 수 있어, JYJ와 함께 하는데 어려움은 없다"고 전했다. 이날 공연에는 칠레 외에도 남미 각국에서 팬들이 찾았다. 공연장 곳곳에는 멕시코·페루·아르헨티나·브라질·우루과이 국기가 걸려있었다.
JYJ를 보기위해 볼리비아에서 왔다는 모니카 산체스 올모드(21)는 "JYJ의 음악을 듣고 그들의 공연 영상을 보면서 희망을 얻는다. 여가시간 그들의 춤을 따라 하는 것이 취미다. 인터넷으로만 보던 그들의 공연을 실제로 보게 돼 꿈만 같다"고 밝혔다. 스페인에서 온 로자리오 베즈케즈(18)는 "JYJ의 공연을 바로셀로나에서 처음 봤다. 칠레 물가가 비싸서 몇 달간 절약해 살았지만 결국 16시간 비행기를 타고 이곳에 왔다"고 전했다. JYJ는 2011-2012 월드 투어에서 아시아·미국·유럽을 넘어 남미에서도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그들의 말처럼 '진정한 월드 투어 시대'를 개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