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49) KIA 감독이 '지키는 야구'의 축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마무리 후보들의 연쇄 부상 때문이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평가전을 치르고 있는 KIA의 현재 마무리는 잠수함 투수 유동훈(36)이다. 평가전 3경기에서 3이닝 1실점 2세이브를 따내며 선전하고는 있지만 유동훈이 올 시즌 KIA의 마무리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선 감독은 "여러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 (당초 선발로 생각했던) 새 외국인 좌완 라미레즈(33)도 마무리 후보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프링캠프 종료가 열흘 정도 남은 시점에서 마무리 투수가 고정되지 않은 건 불안요소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모든 팀들이 선발 로테이션을 완성하지는 못했어도 마무리 낙점 만큼은 끝냈다. 불펜야구의 신봉자 선 감독이 이끄는 KIA만 마무리를 확정하지 못한 건 아이러니다.
유동훈은 KIA가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을 때 마무리투수였다. 또 선발 요원 라미레즈는 미국 메이저리그 시절 불펜 경험이 있다. 커리어로 보면 마무리로 내세워도 문제 없지만 효율성 측면에서 걱정이 있다. 선발 요원을 마무리로 돌리면 로테이션이 흔들린다는 부담이 있을 뿐만 아니라, 왼손 투수는 마무리보다는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왼손 타자를 상대할 때 내보내는 게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선 감독은 지난달 초 불펜을 구상하면서 "유동훈이 좋은 구위를 보여주고 있지만 언더핸드이기 때문에 마무리를 맡기기엔 부담스럽다"고 말한 바 있다. 잠수함 투수는 좌타자를 상대하기 껄끄럽기 때문이다. 유동훈이 7~8회 오른손 타자 한두 명 정도를 막고 김진우 또는 한기주에게 뒷문을 맡기는 게 선 감독이 생각했던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결국 김진우와 한기주가 돌아오는 것이 정답이다. 그러나 김진우는 오른 어깨 피로누적으로 지난달 28일 캠프에서 조기귀국했고, 한기주는 지난달 10일 팔꿈치 통증을 호소해 실전피칭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이들이 오는 17일 개막하는 시범경기에서 정상피칭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KIA는 이번 캠프 평가전 6경기에서 13자책점(평균자책점 2.17)만 기록했다. 한층 강화된 마운드를 자랑하고 있지만 마무리 고민 탓에 선 감독의 마음은 편치 못하다. 김진우와 한기주가 돌아오더라도 부상 경력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정규시즌이 개막하더라도 선 감독의 고민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