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복판에서 구명시식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도 힘든데 미국은 오죽하랴. 머나먼 이국땅에서 지금처럼 춤·노래·음악도 없이 만 4년 동안 구명시식한 것을 생각하면 스스로도 신기하다.
뉴저지 구명시식을 오랫동안 참관했던 C거사는 그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분위기는 불가의 구병시식에 가까웠습니다. 오랫동안 참선하고 법문한 뒤 정적 속에서 구명시식이 진행됐습니다. 지금처럼 부드럽진 않지만 운치가 있었습니다."
그는 많은 일들을 경험했다. 2층의 법당에 올라가다 갑자기 문짝이 떨어져 자신에게 굴러왔던 일, 벽에 붙인 제문이 바람 한 점 없는 방에서 부르르 떨렸던 일, 음악 테이프가 갑자기 끊어져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스스로 테이프가 천천히 엉켜버렸던 일 등.
구명시식의 테마곡 중의 하나인 '사랑이여'가 어떻게 탄생됐는지도 기억해냈다. "영혼결혼식이었는데 이제 막 신혼부부가 된 영혼커플이 '사랑이여'를 좋아했다면서 그 노래를 불러달라고 했는데 법사님이 그 노래를 찾아서 들려주셨어요. 그 후 구명시식에 '사랑이여'를 자주 틀어주시는 걸로 압니다."
C거사의 증언담이 담긴 짧은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섬뜩했던 구명시식이 떠올랐다. 90년대 말의 일이다. 내게 찾아온 중년의 사업가는 얼마 전 큰 집을 사게 됐다. "싼 가격에 너무 좋은 집이 있어서 덥석 샀습니다. 수영장에 침실도 많고 정원도 대단했어요."
그런데 싼 게 비지떡이라고 얼마 후 그 집의 비밀을 알게 됐다. "전에 살던 부잣집 아들이 그 집에서 마약파티를 하다가 많은 여자를 죽였더라고요. 우리는 아무 죄가 없으니까 괜찮겠지 싶었는데…."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인이 그만 위암에 걸리고 말았다. 부인은 집 때문에 걸린 것이 아니라며 남편을 위로했지만 남편 생각은 달랐다. 그 집을 떠돌아다니는 원혼들 때문에 부인이 암에 걸렸다고 믿고 있었다.
그는 내 앞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뉴욕에서 가방장사를 하며 크게 성공한 그는 그 집을 보는 순간 자신이 꿈꿔왔던 저택이라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구입했다. "겉모양만 멋진 집이었습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진리를 왜 몰랐는지 한스럽습니다. 제가 무지해서 부인을 죽이게 됐습니다."
구명시식 후 부인은 큰 고통 없이 편하게 눈을 감았다고 했다. 매매에 큰 어려움을 겪던 집도 좋은 가격에 남에게 팔려 무사히 이사도 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지긋지긋한 저택을 떠나 소박한 집으로 이사했다. 집은 비록 작아도 마음의 작은 평안을 얻게 됐다.
세상을 살면서 생각지도 않게 갑자기 횡재가 굴러들어올 때가 있다. '이런 복이 내게 있을까'하고 좋아할 때가 가장 조심해야할 때다. 공짜는 독약보다 무섭고 친절한 사람은 강도보다 무섭다. 여러분들 중에도 이유 없이 친절한 사람, 공짜를 강조하며 물건을 파는 사람, 싼 이자를 주겠다며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멀리하시길 바란다. '싼 게 비지떡'이란 진리를 평생 되뇌며 후회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