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문태종(왼쪽)과 최진주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세배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한국 국적을 취득해 `한국인`으로서 첫 설을 맞았다. 김민규 기자
'한국인'으로서 특별한 임진년 새해 첫날을 맞는 스포츠 스타들이 있다. 프로농구 선수 문태종(37·인천 전자랜드)과 피겨 스케이터 최진주(15·홍은중)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한국인 어머니와 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또 이들은 나란히 지난해에 어머니의 나라, 한국의 국적을 취득했다. 임진년을 맞아 한복을 입고 인터뷰에 응해 달라고 하자 이들은 다소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매우 즐거워했다.
한복 협찬을 도운 박경화 디자이너(김영석 전통한복)는 "문태종의 키가 2m에 달해 맞는 한복이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다"면서 "두 사람 다 (한복을) 아주 잘 소화했다"고 평했다. 이들의 조금은 특별한 새해 맞이를 소개한다.
“옛날에 태어났으면 큰 일 날 뻔 했어요.”
한복을 차려 입는 데만 20분이 넘게 걸리자 최진주가 한 숨을 쉬었다. 여러 겹의 속치마에 수많은 매듭, 낯설고 불편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옆에서 돕던 어머니 최혜선(40)씨가 "옛날엔 다 이렇게 입었다"고 하자 그는 “요즘에 태어나 다행"이라며 웃었다. 그래도 고운 빛깔이 마음에 들었는지 입고 있는 한복을 연신 내려다봤다.
피겨 엘프 “이젠 교통카드 할인 되나요”
최진주는 지난해 SBS TV '키스앤크라이'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렸다. 당시 그는 한국으로 귀화하기 전이라 클라우디아 뮬러라는 이름으로 방송에 출연했고, 가수 유노윤호와 짝을 이뤄 아이스댄싱을 연기했다. 피겨 팬들은 인형 같은 외모의 그에게 '피겨 엘프'라는 별명을 붙였다.
최진주는 지난해 9월 한국 국적을 얻으면서 '최진주'란 한국 이름으로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스위스인 아버지 마틴 뮬러(47·서울 그랜드힐튼호텔 총주방장)씨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최’는 어머니 성이고 ‘진주’는 어린 시절부터 집안에서 불리던 이름이다.
최진주는 올림픽 등 국제무대에서 한국 대표로 서기 위해 한국 국적을 선택했다. 어머니 최씨는 “진주가 9살 때부터 한국에서 살았다. ‘한국에 살고 한국인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스위스 대표로 뛴다는 게 과연 아이에게 좋을까’ 라는 고민을 하다가 귀화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귀화 얘기를 처음 꺼냈을 때 최진주는 “이제 친구들처럼 교통카드 학생 할인되는 거냐”며 즐거워 했다. 친구들과 달라 조금 불편했을 뿐, 이미 한국에서 오랜 시간 지내온 그에게 한국 국적을 따고, 또 한국 대표로 세계무대에 서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싱글 스케이터에서 아이스댄서로
최진주는 국적만 바꾼 게 아니다. 줄곧 싱글 스케이터로 활동하다가 이번 시즌 후 아이스댄스 선수로 전향하기로 결정했다. 얼음 위에서 화려한 댄스를 선보이는 종목의 특성상 최진주의 길고 가는 몸매, 인형 같이 예쁜 얼굴은 큰 ‘플러스’ 요인이다. 최진주는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 대비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육성팀에 발탁돼 이미 훈련을 시작했다.
최진주는 “지난해 키가 갑자기 크면서 성장통으로 많이 아팠다”며 “부상 없이 한해를 잘 보낸 뒤 아이스댄스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고 새해 각오를 전했다.
설 연휴엔 여느 한국 가정처럼 ‘떡국’을 먹는다. 어머니 최씨는 “진주는 떡만 있어도 잘 먹는데, (스위스인) 남편이 ‘심심하다’고 해서 고기만두를 같이 넣어 끓일 것”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