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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 보상’ 수요집회 1000회…정부 무관심 심각
‘일본은 사죄하라.’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피해보상 및 일본정부의 사죄를 요구하며 1992년 1월8일 시작한 '수요집회'가 14일로 1000회를 맞았다. 약 20년이 흐르는 동안 생존자 234명 중 171명이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일본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대사관 앞에 세워진 평화비를 철거해달라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할머니, 사랑합니다.’
14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는 3000여명의 인파가 모여들었다. 이날 집회에는 강일출·길원옥·김복동·박옥선·김순옥 등 위안부 피해자 5명과 정치계 인사, 배우들이 참석했다. 김복동 피해자 할머니는 "일본대사는 이 늙은이들 죽기 전에 하루빨리 사죄하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좁은 도로에 모여앉은 중·고등학교 학생은 할머니들의 피눈물 서린 생생한 증언을 들으며 분노를 삭히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체험학습을 나왔다는 문창중 서동은 (15)군은 "처음 왔지만 다음에 또 참가해 힘이 되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연단에 선 연사들은 "할머니 사랑합니다. 건강하셔야 합니다"를 연신 외쳤다. 일본인과 외국인도 참석해 일본정부의 반성을 촉구했다.
●171명 세상 떠나…6년 뒤엔 생존자 없다
시간이 지날 수록 생존자의 수는 줄고 있다. 처음 여성가족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는 234명. 이중 171명의 할머니가 세상을 등져 현재 남은 생존자는 63명이다. 1000회 집회를 하루 앞둔 13일에도 김요지(87) 할머니가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평균 나이(86세)가 높아 생존자는 빠르게 줄어들 전망이다. 2006년 이후로 매년 10명 안팎의 할머니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고, 올해에만 16명이 별세했다. 이대로라면 6년 뒤에는 피해를 증언할 생존자는 남지 않는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오늘 나온 할머니들은 그나마 건강한 편"이라며 "시간이 촉박하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건강하다’는 것도 부축없이 걷기 힘든 상태다. 이날 2시간 가량 진행된 집회에서 할머니들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반성없는 일본 ‘평화비’ 철거하라?
이날 집회에서는 평화비 제막식이 있었다. 정대협이 모금을 통해 일본대사관 앞에 세운 평화비는 작은 의자에 앉은 위안부 소녀의 형상을 하고 있다. 한복을 입고 무릎 위에 다소곳이 손을 모은 단발머리 소녀의 동상. 그 옆자리에 앉은 피해자 할머니들은 연신 눈물을 훔쳤다. 이 동상에 대해 일본 정부는 '외교적 마찰'을 이유로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이날 서울을 비롯해 경기·경남·경북·전남 등 전국 9개 시도 30개 지역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집회가 열렸다. 또 해외 8개국(일본·대만·필리핀·스코틀랜드·이탈리아·독일·캐나다·미국)에서도 위안부 할머니를 지지하고 일본의 반성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수요집회란
1992년 1월 8일 시작했다.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 때를 제외하고 매주 수요일 낮 12시에 열렸다. 올해 3월 동일본 지진때에는 항의집회 대신 추모집회를 열었다. 집회에서 볼 수 있는 보라색은 고귀함을 노란색은 연대를 뜻한다. 또 노랑나비는 할머니들의 영혼을 상징한다.
손예술 기자 [meister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