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벤쿠버올림픽 2관왕에 귀여운 외모, 이정수(22· 단국대)는 단숨에 스타로 뛰어올랐다. 그의 인기를 반영하듯 화장품 등 각종 광고 문의가 쇄도했다. 이정수는 쏟아지는 관심을 뒤로한 채 곧 이어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집중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바뀌었다. 대회가 끝난 뒤 이정수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한국 쇼트트랙의 '담합 문화‘를 지적했다. 논란은 커졌다. ’절친‘이었던 곽윤기(22·연세대)와 진실공방을 벌였다. 둘은 결국 6개월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고, 올 해 4월 열린 국가대표선발전을 통해 동시에 복귀했다.
이후 두 사람의 행보는 달랐다. 국가대표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한 곽윤기는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 시리즈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1차 대회 1000m 우승을 차지했고 2차 대회에선 5000m계주에서 역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정수는 친구의 활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한 채 캐나다 사기네에에서 열린 2차 대회 레이스 도중 넘어지며 부상을 당했다. 재기까지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이정수는 “금메달리스트 2년차 징크스”라며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고 했다.
- 대표팀에 1년만에 복귀했는데, 부상을 당했다.
“올 해 계속 부상에 시달렸다. 여름에도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다 허리를 다쳤다. 이번엔 월드컵시리즈 2차 대회 레이스 도중 넘어졌다. 캐나다에선 그냥 뼈에 금이 간 건지 알았는데, 한국 와서 정밀검사 해 보니 복숭아 뼈가 살짝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 언제부터 다시 대회에 나갈 수 있나.
“깁스는 1주 정도 있다가 푼다. 그 뒤 재활하며 상황을 지켜봐야 겠지만 내년 2월에 열리는 (월드컵시리즈) 5, 6차 대회엔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대표선발전에서도 턱걸이로 올라왔다. 그 뒤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데, 컨디션이 빨리 올라오지 않는 이유가 뭔가.
“금메달을 따면 그 다음해에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김동성 선배나 안현수 형도 마찬가지였다. 금메달리스트 2년차 징크스 같은 게 있는 거 같다.”
-곽윤기는 월드컵시리즈에 나가 금메달도 땄다. 초조하지 않나.
“아니다. (곽)윤기는 원래 잘 탔다. 아마 선수들이라면 다들 인정할 거다. 난 대표팀에 복귀한 것 만으로도 기쁘다. 처음 국가대표가 됐을 때보다 더 설렜다.”
-지난해 ‘짬짜미 파동’이 있기 전까진 1인자였다. 그 일이 없었다면 슬럼프 없이 계속 승승장구 했을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땐 정말 부담스러울 정도로 관심을 많이 받았다. 굴곡 없이 계속 좋게만 나갔다면 머리도 굵어졌을 거고.... 올해 슬럼프를 더 심하게 겪었을 지도 모른다.”
-곽윤기와 굉장히 친했다고 들었다. 사이가 회복됐나.
“대표팀 선발됐을 때 처음엔 조금 서먹했지만 이젠 거의 예전이랑 비슷해 졌다. 그래도 작년 얘긴 잘 하지 않는다”.
-2014년 소치올림픽이 목표일텐데.
“그렇다. 가능하다면 소치올림픽에서 3관왕을 하고 싶다. 그래서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고 싶다.”
-잃어버린 것이란 무엇인가.
“작년에 금메달 딴 뒤, 더 좋은 조건에서 재미있게 운동을 할 수도 있었다. 선생님(코치 등)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었다. 그런데 그 사건 이후 많은 것들이 틀어졌다. 소치올림픽에서 잃어버린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