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수원월드컵 경기장에서 K리그 2011 챔피언십 준플레이오프 수원삼성-울산현대의 경기가 열렸다. 울산 김신욱이 전반 첫골을 성공시킨뒤 환호하고있다. 수원=정시종기자 [capa@joongang.co.kr]
연장까지 120분 혈투로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잔인한 승부차기로 희비가 엇갈렸다.
1-1로 연장전까지 마치고 돌입한 승부차기. 울산이 2-1로 앞선 가운데 울산의 강민수가 4번째 키커로 나섰다. 페널티스팟에 볼을 내려놓은 그는 차분히 골대를 응시한 뒤 도움 닫기해 오른발로 슈팅을 했다. 고슬기의 발을 떠난 공은 수원의 골대 오른쪽 구석에 정확히 꽂혔다. 울산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라운드 한복판으로 달려가 뒤엉켰다.
프로축구 울산 현대가 2011 현대오일뱅크 K-리그 플레이오프(PO) 무대에 올랐다. 내년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티켓까지 거머쥐었다.
울산은 2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준PO에서 연장전까지 1-1로 마친 뒤 승부차기에서 3-1로 승리했다. 울산은 오는 26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정규리그 2위 포항 스틸러스와 단판 PO를 벌여 챔피언결정전 진출팀을 가린다. 이른바 '동해안 더비'가 성사됐다.
한 판에 승부가 갈리는 단기전의 특성이 또렷하게 드러난 한 판이었다. 양 팀은 90분 또는 120분 내내 수비 안정에 무게를 둔 플레이를 펼쳤다. 공격은 역습이 주를 이뤘다. 수원도, 울산도 상대의 침투를 차단한 뒤 소수의 인원이 신속하게 역습에 가담하는 형태로 골을 노렸다.
선제 득점은 울산의 몫이었다. 경기 내내 수원의 장신수비수 마토와 제공권 대결을 벌인 공격수 김신욱이 발로 골을 뽑아냈다. 날개 미드필더 설기현이 수원 우측면을 파고든 뒤 올려준 볼을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이재성이 위험지역 정면에서 헤딩 패스했고, 김신욱이 오른발로 침착하게 밀어넣었다. 홈 팬들이 일제히 침묵 속에 빠져든 가운데,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온 '소수 정예' 울산 서포터스의 함성이 경기장을 지배했다.
수원의 만회골은 패색이 짙던 후반 막판에 나왔다. 울산의 위험지역을 파고들던 오장은이 울산 골키퍼 김영광에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마토가 침착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득점에 성공한 뒤 마토는 수원 서포터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번엔 경기장이 환호성으로 물들었다. 전광판 시계는 후반41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연장전을 소득 없이 마친 양 팀의 승부는 결국 승부차기에서 갈렸다. 수원은 마토, 염기훈, 양상민, 최성환 등이 키커로 나섰다. 이들 중 마토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실축했다. 울산은 설기현, 루시오, 김신욱, 고슬기 순서로 공을 찼고 첫 번째 키커 설기현을 제외한 모두가 골을 넣었다. 김호곤 울산 감독은 연장 후반 13분에 주전 골키퍼 김영광을 빼고 김승규를 투입하는 승부수까지 던진 끝에 귀중한 승리를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