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사랑과 전쟁')이 11일 첫 전파를 내보내며 시즌2의 시작을 알린다. 앞서 '사랑과 전쟁'은 부부들의 실제 사연을 드라마로 재구성하고 조정위원단의 충고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방송 당시 큰 인기를 모았다. 불륜과 고부갈등 및 성격차이 등 부부가 이혼위기에 처하게 되는 다양한 원인을 소재로 해 심야시간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때문에 '불륜 드라마'로 낙인찍히며 선정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부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위기극복 솔루션을 제시했다'는 호평을 듣기도 했다. 분명한 건 1999년 10월부터 2009년 4월까지 10여년간 금요일 심야시간에 방송돼 평균 10% 후반대의 높은 기록을 보였던 인기 컨텐츠였다는 사실. 예능국에서 만드는 드라마로 스토리 속에 다양한 재미를 가미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2년 7개월만에 부활하는 '사랑과 전쟁2'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사랑과 전쟁' 돌려달라" 계속된 시청자 요청에 시즌2 기획
'사랑과 전쟁'은 탄탄한 매니아층을 거느렸던 프로그램이다. 시즌1의 자체최고시청률은 2001년 11월 23일 방송됐던 192화 '맞바람'편. 당시 전국시청률 28.8%를 기록해 화제가 됐다. 이혼위기에 놓인 부부들의 사연을 소재로 하는 만큼 자극적인 이야기도 많고 선정적인 묘사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그만큼 '솔직하게' 현실을 반영했기 때문에 지지자들도 많았다. 특히 주부들 사이에서는 고공인기를 누렸다. 한 회가 끝나고 나면 드라마 속 부부들의 이야기가 어김없이 주부들의 모임에서 이야기소재가 되곤 했다.
주부시청자만 있었던 건 아니다. 시즌1 방송 당시 게시판에 글을 쓰는 시청자 중에는 남성들도 많았다. 점잖은 척 하는 중년 남성들도 한번 보면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중독성 강한 이야기 덕분에 '안 보는 척'하면서도 몰래 '사랑과 전쟁'을 훔쳐보곤 했다는 후문이다. 스타가 출연하는 '고급' 드라마는 아니었지만 노련한 중견배우들이 대거 포진해 맛깔나는 연기를 보여줘 은근한 재미가 있었다는 평가다.
그렇다보니 시즌1의 폐지설이 불거졌을 때 애청자 사이에서 큰 반발이 일어났던 것도 당연한 일. 시청자 게시판에 반대글이 올라오는 데 그치지않고 전화까지 걸려와 관계자들이 진땀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이번 시즌2 역시 시청자들의 열화같은 요청에 의해 부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김종윤 PD 등 시즌1의 제작진과 당시 함께 했던 대표적인 연기자들도 참여해 향수를 자극할 예정이다.
전진국 KBS 예능국장은 KBS TV 개편설명회에서 "리서치 결과 '사랑과 전쟁'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응도가 굉장했다. 시즌1에 대한 애정이 아직 식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자신감을 가지고 좀 더 업그레이드된 형태로 시즌2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불륜비중 축소, 직접적 솔루션 제시
시즌2의 가장 큰 변화는 시즌1에서 항상 등장했던 '조정위원회'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배우 신구가 조정위원회에서 하던 대사 "4주 뒤에 뵙겠습니다"는 이젠 볼 수 없다는 것. 대신 실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부부클리닉 위원회'가 등장한다. 위원회는 임상외래 및 법률·가족문화 등 관련 전문가 5인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상황에 대한 코멘트를 하고 드라마가 끝난 후에는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해 유사한 상황에 처한 부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예정이다.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잠시 문제점을 짚어주던 '조정위원회' 대신 실제로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제작진이 일하는 패턴도 바뀌었다. 시즌1의 작가들이 주로 시청자 게시판과 방송국으로 보내온 사연들을 위주로 드라마를 구성했던 것과 달리 시즌2의 작가들은 신문 및 인터넷 뉴스의 사회면을 샅샅이 뒤져 소재를 찾아낸다. 경찰 또는 법률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기도 한다. 더 구체적으로 현실을 반영해 공감대를 형성시키기 위해서다. 그러다보니 주로 불륜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해 눈길을 끌었던 시즌 1에 비해 더 다양한 불화의 원인들을 짚어내고 극중 부부들의 속사정을 보여주는 등 섬세한 내용들이 등장하게 됐다.
전문가들 역시 자신이 내놓는 의견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시청자 투표를 통해 최고의 전문가를 뽑는 일종의 서바이벌 형식이 도입되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시청자 참여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