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백민현(26)은 인생의 갈림길에서 꽤 과감한 선택을 했다. 슈퍼주니어 멤버로 뽑혀 데뷔까지 단 2주일 앞둔 상황에서 그는 가수의 길을 포기하고 연기자의 길을 택했다. 그만큼 그는 연기가 하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2006년 드라마 '누나'에서 송윤아의 동생 역으로 데뷔했지만 이후 계약 문제로 캐스팅이 불발되면서 한동안 연기 활동을 쉬어야만 했다. 백민현은 "그동안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이 잘 되지 않아서 속상했다. '어떻게든 연기를 하겠다'는 일념 하에 그 힘든 시간을 버텼다. 노력이 헛되지 않아 다행이다. 우연히 좋은 기회가 찾아왔고, 이렇게 다시 연기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전했다.
-'누나'로 데뷔한 후 꽤 오랫동안 쉬었다.
"그동안 연기를 정말 하고 싶었는데 외부적인 상황들로 인해 할 수 없어서 속상했다.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쉬었던 것 만큼 앞으로 열심히 연기 활동을 하고 싶다. 내 인생에 더 이상 내리막 길은 없다. 오르막 길만 있을 뿐이다."
-SBS 일일극 '당신이 잠든 사이'에 출연 중이다.
"이창훈 선배님의 이복 동생으로 나온다. 당초 시놉시스에는 내 캐릭터가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이동건 선배님이 맡았던 캐릭터와 비슷했다. 그 만큼 중요한 배역이었는데 극중에서 나랑 러브라인이었던 강예솔 씨가 갑자기 죽게 되면서 내 비중이 작아졌다."
-속상했을 것 같다.
"괜찮다. 일일극을 찍다보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더라. 예전에 우연히 들은 말인데 '기꺼이 조연을 하지 않는다면 탁월한 주연이 될 수 없다'고 하더라. 그 말을 믿는다. 이런 과정을 묵묵히 겪다보면 언젠가 좋은 기회가 오지 않겠나.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하다.(웃음)"
-촬영하는데 힘든 점은 없나.
"힘들다기 보다는 연기를 더 잘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안되서 속상하다. 일주일에 3일 정도 촬영하는데 촬영장 가는 것이 즐겁다. 연기를 하면서 동시에 배우는 기분이다. 선생님들과 선배님들의 연기를 옆에서 보면서 연기 공부를 하고 있다."
-일일극에는 출연진이 많아서 촬영하면서 재밌는 일이 많을 것 같다.
"극중에서 박준금 선배님과 이창훈 선배님이 모자관계로 나온다. 그런데 사실 두 분의 나이 차이가 세 살 밖에 나지 않는다. 촬영할 때는 모자 사이인데 실제로는 누나-동생 사이로 지내는 게 재밌는 것 같다."
-슈퍼주니어 멤버가 될 뻔 했다. 그 기회를 놓친 것을 후회하지 않나.
"SM엔터테인먼트에 연습생으로 3년 정도 있었다. 슈퍼주니어 멤버로 발탁돼 데뷔일까지 2주를 남겨둔 상황에서 연기자로 진로를 바꿨다. 지인들은 나를 보면 슈퍼주니어로 데뷔하지 않을 것을 후회하지 않냐고 물어본다. 하지만 정말 후회하지 않는다. 슈퍼주니어 친구들이 잘 되고 성공한 것도 정말 마음 속 깊이 축하해주고 있다."
-슈퍼주니어 멤버들과 연락하나.
"가끔 연락도 하고 운동도 같이 한다."
-오랫동안 준비했던 것을 포기할 만큼 연기가 하고 싶었나.
"연기를 하는 동안에는 내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좋고 싫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남에게 피해가 될까봐 내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연기할 때는 모든 감정을 자유롭게 속시원하게 표현할 수 있어서 좋다."
-앞으로의 계획은.
"뭐든 많이 부딪혀보고 싶다. 드라마 촬영장에 갈 때 일부러 대본을 외우지 않고 간 적이 있다. 대본을 완벽히 외운 뒤 연기를 했을 때와 어떻게 연기가 다른지 비교하고 싶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하지만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통해 꾸준히 발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서른 살이 되기 전에 나만의 연기 색깔을 찾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