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6일차 일정을 마감하는 마지막 경기 남자 400m 허들은 출발신호가 변수였다. 우사인 볼트(자메이카) 같은 실격은 없었다. 하지만 외부 요인 하나에도 민감한 톱레벨 선수들은 3번이나 재출발하는 소란 통에 집중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결국 경기는 이변으로 끝났다. 올시즌 최고기록 보유자 L. J. 반 질(남아공), 2009 베를린 세계선수권 2위 하비에르 컬슨(푸에르토리코), 2005 헬싱키 세계선수권 챔피언 버숀 잭슨(미국) 등이 경쟁을 벌일 것으로 기대됐으나 우승의 영광은 데이비드 그린(25·영국)에게 돌아갔다.
오후 9시 27분 출발신호가 울렸다.하지만 이내 부정출발을 알리는 총성이 뒤따랐다. 육안으로는 부정출발한 선수를 알아채기 어려웠다. 확인히 눈에 띈 100m 결승 때의 우사인 볼트와는 달랐다. 심판들이 모여 확인한 결과, 기계의 오작동이었다. 부정출발 선수가 혹시 자신이 아닐까, 결승에 오른 8명의 선수들은 1분 정도 긴장에 떨었다. 그리고 다시 출발선에 섰다.
이번에는 총성도 울리기 전 일부 선수들이 출발했다. 1번 레인 안젤로 테일러(미국)가 출발준비 과정에서 불필요한 행위를 해 옐로카드를 받았다. 그의 행위로 출발신호가 지연됐고 다른 선수들은 먼저 스타트해 리듬을 회복하려 했다. 출발했으나 총성이 울리지 않으면 실격이 되지 않는다. 야구에서 타자가 타임을 외치고 타석을 벗어나는 것과 같다.
결국 3번째 출발에서 경기는 시작됐다. 반 질과 컬슨이 300m 지점인 4코너까지 레이스를 이끌었다. 하지만 그린이 직선주로에서 치고 나와 우승을 차지했다.
대구 대회에서는 유독 이변이 많다. 대회 초반 볼트의 실격이 미치는 파장도 크다. 힘과 스피드를 겨루는 육상경기는 그만큼 섬세한 스포츠다.
대구=장치혁 기자 [jangt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