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스포츠단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e스포츠 KT롤스터가 19일 신한은행프로리그에서 우승했다. 통신업계 라이벌 SK텔레콤과 결승전에서 1-3으로 뒤지다 4-3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시즌 2연패였다. 지난 시즌 프로농구 KT소닉붐의 정규리그 우승에 이은 겹경사다.
2009년 3월 KT가 자회사 KTF와 합병하면 함께 인수한 스포츠단이 새롭게 변신한 결과다. 2008~09시즌 최하위를 차지한 KT소닉붐은 2009~10시즌 정규리그 2위에 올랐다. 지난해 KT롤스터의 우승도 창단 10년만의 일이다. 이 모두 작년 3월 권사일(56) KT스포츠단 단장(경영지원실 실장)이 부임한 이후 거둔 결실이다. KT스포츠단의 변화를 주도하는 권 단장으로부터 비결을 들어봤다.
-KT스포츠단이 프로농구에 이어 게임단까지 리그를 제패했다. 비결은.
"KT와 KTF가 통합된 뒤 정신적 무장이 잘 된 결과다. 게임단도 농구단도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는 없다. 하지만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냈다. 선수들의 투혼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구단주부터 스포츠단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관심과 후원도 밑거름이 됐다."
-아무래도 통신업계 라이벌 SK텔레콤과 대결이라 승리가 더 각별했을 것 같다.
"과거 연고전이나 삼성과 현대의 대결 등 라이벌전은 팬들의 관심을 끌어모은다. 우리로서는 언제든 부담스러운 경기이지만 이런 라이벌전은 앞으로도 많이 벌어져야 한다."
-연습경기 때도 선수가 부상으로 쓰러지면 감독보다 먼저 코트로 뛰어들어가는 것으로 안다. 스포츠단 운영에 대한 철학은.
"스포츠단에서 선수들은 가장 소중한 존재다. 선수들은 코트에서 고객과 만나는 접점이다. 구단은 선수들이 100%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집안에 문제가 있거나 개인적인 고민이 있으면 그럴 수 없다. 최대한 홀가분하게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선수들을 챙기려고 한다. 사연 많은 프라이버시가 아닌 한 최대한 선수들의 상황을 파악하려고 노력 중이다."
-소닉붐이 지난 시즌 아쉽게 통합우승을 놓쳤다. 올시즌 전망은.
"지난 시즌 부상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올시즌은 선수층이 더 두터워졌다. 전창진 감독 부임 후 세 시즌 째를 맞았다. 전 감독의 전술이 갈수록 팀에 녹아들고 있다. 올시즌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태백에서 체력훈련한 성과도 지난 시즌보다 좋다. 특급스타는 없지만 베테랑들이 솔선수범해 팀을 이끌고 있는 건 우리팀의 최대 장점이다. 지난해 세운 역대 최다승(41승) 기록까지 경신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소닉붐의 원정경기에도 KT팬들이 많다. 비결은.
"농구단을 인수하면서 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사내문화를 만들고자 했다. 전국 12개 본부의 직원들이 함께 해준 결과다. 처음에는 사실 강제한 면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농구단에 대한 직원들의 충성도가 아주 높아졌다. 선수와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농구박사들이 하나 둘 나올 정도다. 그래서 더 책임이 무거워졌다."
-15년차를 맞은 프로농구가 격변기를 겪고 있다. 위기라는 얘기도 들린다. 프로농구 발전에 대한 생각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고객의 피드백이 오기 전 먼저 고객이 원하는 걸 파악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들어 성공했다. 프로농구도 과거의 영화를 그리워만 할 게 아니라 먼저 고객에게 다가가야 한다. 우리가 얼마나 이런 고민을 치열하게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성남=장치혁 기자 [jangt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