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상 원정팀한테 양보해야 하는 거 아냐?"
김시진 넥센 감독이 5일 군산구장에서 조범현 KIA 감독을 만나자마자 따졌다. 조 감독은 "우리도 원정경기이다보니"라며 허허 웃었다. 군산에 유일하게 있는 호텔을 두고 벌인 두 '절친' 감독의 신경전이었다.
올시즌 세 번째 치러진 군산구장 3연전. 매번 되풀이되는 풍경이다. KIA가 매년 일부 홈경기를 군산에서 분산 개최하고 있지만 선수단 숙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군산에는 선수단을 수용할 만한 호텔이 하나 뿐이다. 홈팀 KIA 역시 상대팀과 마찬가지로 집을 떠나와서 경기해야 하는 만큼 숙소로 선점하다보니 원정팀은 마땅한 숙소가 없는 형편이다.
50분 거리의 인근 도시 전주에도 호텔이라 할 수 있는 숙박업소는 단 한 곳 뿐. 그마저도 시설이 낡고 서비스가 좋지 않아 모든 팀들이 꺼린다. 5월말 군산을 다녀가면서 전주의 호텔을 썼던 한화 선수들은 "경기 후 들어가서 사우나도 할 수 없더라. 직원들도 불친절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때문에 넥센은 이번 3연전 숙소를 광주에서 사용하던 호텔로 잡았다. 광주에서 군산까지는 버스로 1시간 30분 가량 소요된다. 이동시간으로만 매일 3시간씩 소모되는 셈이다. 더구나 경기 후에는 땀을 씻지도 못한 채 버스를 타야 한다. 피로도가 곱절이다.
식사도 문제다. 넥센은 원정경기 때 좁은 라커룸에서 식사하는 것을 꺼려서 항상 호텔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출발한다. 그런데 광주에서 이동하려면 늦어도 오후 2시에는 식사를 해야 한다. 평소보다 한 시간 이상 빠르기 때문에 경기 후반부 허기가 질 수 밖에 없다.
김시진 감독은 "군산을 다 뒤져서 그나마 객실수가 많은 곳을 찾았다. 그런데 부속 식당이 없더라. 사우나 시설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최소한 식사는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며 하소연했다. 이어 "유성에 있는 대전 숙소를 사용할까도 했다. 그런데 대전 원정에 나선 LG가 이미 사용하기로 돼 있어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군산구장이 낙후된 시설과 딱딱한 그라운드 사정으로 부상 위험이 높은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먹고 자는 것까지 여의치 않으니 선수들이 가장 꺼리는 장소라는 불명예를 쓸 수 밖에 없다.
군산=김동환 기자 [hwan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