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드래곤즈는 지방의 작은 도시 광양을 근거지로 삼고 있지만 K-리그의 대표적인 명문 구단이다. 세계적인 철강기업 포스코가 뒤를 받치고 있다. 산업의 근간을 생산해내는 기업답게, 축구팀에서도 체계적인 유소년 시스템으로 한국 축구의 미래를 떠받칠 유망주를 양산하는 팀으로도 이름이 높다. 지동원도 전남의 유소년 시스템이 탄생시킨 걸작이다.
전남이 지동원의 선덜랜드 이적 때문에 홍역을 치렀다. 한 달 전부터 시작한 이적 협상은 처음부터 전남에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전남이 지동원과 바이아웃을 70만달러로 계약을 했기때문이다. 전남에 70만달러만 지급하고, 선수가 동의하면 언제든 이적을 허용하겠다는 약속이다. 전남은 50억원은 줘야 보낼 수 있다고 버텼지만 승산없는 협상이었다. 선덜랜드는 지동원의 가치를 고려해 바이아웃 금액의 약 2배에 해당하는 130만달러를 전남에 지급하기로 했다. 전남으로서는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연봉 재계약을 하면서 지동원의 바이아웃 금액을 재조정하지 않은 게 뼈아픈 실수였다.
첫단추를 잘못 꿴 전남은 계속 악수를 뒀다. 지동원 이적에 대한 보도가 나가자 처음에는 협상 자체를 부인하고 바이아웃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했다. 스스로 구단 이미지에 먹칠을 한 꼴이다. 전남은 지동원의 이적을 허용한다는 발표 시점도 적절히 찾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 전남이 시간을 끌면서 선덜랜드가 지동원을 포기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전남에는 아직 이종호·윤석영·황도연 등 지동원처럼 성장할 수 있는 유망주가 많다. 이미 마음이 떠나버린 지동원의 발목을 잡는 것보다는 앞으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김환 기자 [hwan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