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강정호가 25일 2군으로 내려갔다. 표면은 최근 부진과 잦은 수비 실책에 따른 '질책성 형식'을 띠고 있다. 속내는 달랐다. 팀 내 유일한 스타인 강정호를 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한다.
김시진(53) 넥센 감독은 24일 목동 KIA전이 끝난 후 김성갑 수비 코치를 불렀다. "(강)정호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강정호는 3-4로 뒤진 9회 1사 알드리지의 내야플레이 때 2루로 뛰면서 더블아웃을 당했다. 팀 간판 타자이자, 유격수 답지 않은 '본헤드 플레이'. 강정호는 자신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한동안 그라운드에 서 있었다. 김 감독이 고심끝에 강정호를 약 4년 만에 2군으로 내린 이유다. "안일한 플레이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발언도 했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그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속마음이 더 강했다. 선수층이 얇은 넥센에는 강정호를 대체할 수 있는 백업도, 가능성을 입증해 준 선수도 없다. 김 코치는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 경기에 올리면 같은 실책을 반복할 것이다. 차라리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안정을 취하는 편이 낫다"고 설명했다.
강정호는 지난 시즌 최고의 해를 보냈다. 타율 0.301 135안타를 몰아치며 광저우아시안게임 행 티켓을 땄다. 아시안게임 결승서는 2홈런을 때리며 연봉 대박도 터뜨렸다. 김 감독은 세간의 트레이드설을 뒤로하고 그를 붙박이 4번 타자로 못박았다.
유격수와 장타를 휘둘러야 한다는 부담 때문일까. 강정호는 올 시즌 들어 유난히 부진했다. 24일까지 타율 0.234 34안타가 전부다. 장타를 늘리려면 스탠스를 넓히고, 스윙폼도 키워야 한다. 그러나 팀은 강정호의 유격수 수비 능력을 놓을 수 없었다.
김 감독은 "죽으란 법없다. 경기 하다 보면 좋은 날도 있고, 못하는 날도 있는것 아니겠느냐"면서도 "(강)정호는 언제 올려보낼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한숨 쉬었다.
이보다 앞선 지난 22일 인천 SK전. 강정호는 문학구장 지하 주차장 구석에 홀로 앉아 있었다. 아직 원정팀 버스도 도착하지 않은 이른 시간이었다. "먼저 왔다. 조금 더 일찍 훈련을 해볼까 싶었다"던 그는 멋쩍은 듯 스윙 폼을 흉내 냈다. 혼잣말 하듯 그가 한 말은 이랬다. "이제 괜찮아 질까. 좋아질까."
목동=서지영 기자 [saltdol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