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도의 기를 죽여 놓은 건 이대호?'
두산이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라며 야심차게 영입한 새 외국인 투수 페르난도 니에베(29)가 기대만큼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두산의 애를 태우고 있다. 세 번째 등판이었던 18일 한화전에서도 3이닝 6피안타 2실점으로 실망스러운 내용을 보였다.
직구스피드가 시속 150㎞까지 나오고 볼넷 1개로 앞선 두 경기에 비해 제구력도 좋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공격적인 투구를 못한다. 스트라이크 넣기에 급급하다 안타를 허용했다. 힘으로 압도할 투수라는 기대와는 딴판이다.
두산 관계자는 19일 "경기 전에 몸쪽 승부를 펼치라고 신신당부했는데 막상 마운드에 올라가니까 몸쪽 공을 못 던지는 것 같더라. 포수가 사인을 내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김현수도 "어제는 (포수) 의지가 공격적으로 몸쪽 사인을 많이 냈는데 페르난도가 고개를 젓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바깥쪽 변화구로 안타를 맞았다"고 맞장구쳤다.
김현수는 이어 "페르난도가 몸쪽 공에 대한 공포가 생긴 것 아닐까"라며 "만약 그렇다면 첫 경기에서 (이)대호 형과 신경전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페르난도는 데뷔전이던 7일 잠실 롯데전에서 5회 손아섭에게 역전 3점 홈런을 맞은 뒤 이대호에게 몸쪽 공을 던지다 옆구리 부위를 맞혔다. 이대호가 페르난도를 향해 강하게 불만을 표출하면서 양팀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몸싸움 직전까지 갔다.
김현수는 "첫날부터 타자를 맞히고 싸울 뻔 하니까 몸쪽 공 던지기가 싫어졌을 수 있다. 몸쪽 꽉 차게 던지려니 또 맞힐 것 같고 어설프게 몸쪽으로 던졌다가는 큰 것 맞을 것 같고"라며 진지하게 추론했다. 실제로 이대호도 당시 "고의성이 느껴져 화가 나기도 했지만 처음 만나는 투수가 빈볼성 공을 던졌기 때문에 기싸움에서 질 수 없었던 점도 있었다"며 다소 의도적으로 과잉반응했던 점을 인정했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용병을 마지못해 쓰는 상황이 일어나면 안된다. 페르난도가 이제는 잘 해줄 때가 됐다"고 압박했다. "좌타자든 우타자든 몸쪽 공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며 "앞으로 2번 정도는 기회를 더 줄 것"이라고 했다. 페르난도의 운명은 결국 몸쪽 공에 달린 셈이다.
잠실=김동환 기자 [hwan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