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동·택'트리오의 허재(46) 전주 KCC 감독과 강동희(45) 원주 동부 감독이 16일 시작하는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에서 만난다.
허 감독과 강 감독은 각각 1984년과 86년 중앙대에 입학한 이후 97년 기아자동차 시절까지 한솥밥을 먹었다. 둘은 가는 곳마다 우승을 만들어 냈다. 실업농구와 프로농구를 거치며 총 7번 우승 트로피를 함께 들어올렸다. 김유택 전 대구 오리온스 코치와 함께 '허동택 트리오'라 불리며 농구 코트를 주름잡았다. 지금도 코트 밖에서는 스스럼없이 "허재 형", "(강)동희야"라고 부르며 친하게 지낸다. 하지만 두 사람이 챔프전에서 격돌하는 만큼 함께 정상에 설 수는 없는 법.
허 감독은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확정하고 동희와 통화를 했는데 농구 이야기는 거의 안했다. 서로 한두번 경기 해본 것도 아니고…"라며 껄껄 웃었다. 반면 강 감독은 "결승전에서 허재형을 만나 이겨 본 적이 없다. 이번만큼은 다를 것"이라며 승부욕을 불태웠다. 두 감독에게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허재는 중앙대학교 3학년 때 신입생 강동희를 처음 봤다. '농구 잘하는 놈'이 학교에 왔다는 소문을 듣고 나서다. 허 감독은 "좋은 가드가 1순위로 중앙대에 왔다고 해서 갔더니 (강)동희가 있었다. 당시에는 살도 없고 귀엽게 생겼던 걸로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당시 중앙대학교 농구부 분위기는 엄격하지 않았다. 다른 운동부와 다르게 체벌과 구타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더 친해질 수 있었다. 후배들을 좋아했던 허재는 강동희를 유독 아꼈다. 성격이 순하고 선배들을 잘 따르는 스타일이어서다. 그는 "동희가 농구도 잘하고 선배들에게 '형'하면서 잘 따랐다. 예뻐할 수밖에 없었다"며 "힘들 때면 함께 소주 한잔할 수 있는 후배였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도 손 기술은 나보다 뛰어났다. 손이 빨라 가로채기 능력은 대학 최고 수준이었다"고 덧붙였다.
첫 만남 이후 25년이 흘렀지만 둘은 여전히 붙어다닌다. 시즌 중에는 KCC와 동부의 경기 전날이 두 감독이 만나는 때다. 홈팀 감독이 원정팀 훈련을 지켜보는 상황도 연출된다. 조진호 KCC 홍보팀장은 "홈팀이 먼저 훈련을 하고, 원정팀을 위해 자리를 비워주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두 감독이 워낙 친하기 때문에 서로의 훈련을 지켜보는 특이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훈련이 끝나면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 약속은 하지 않는다. 당연하다는 듯 원정팀 감독이 홈팀 숙소로 찾아온다. 그러면 홈팀 감독은 식사를 대접한다. 허 감독은 강 감독이 전주에 오면 식사로 회나 대게를 준비한다. 강 감독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둘은 호텔 방에서 프로농구 중계를 보면서 저녁 식사를 한다. 대화 주제는 90% 이상이 농구다. 부산 KT·인천 전자랜드 등 우승 후보 팀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말이 더 많아진다. 다른 팀의 전력을 분석하며 이야기 꽃을 피운다. 강 감독은 KT와 4강 플레이오프 때도 허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다.
허 감독은 강 감독을 한마디로 정의해달라는 질문에 "친동생"이라고 짧게 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애정이 묻어났다. 또 "나와 동희를 비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농구장에서는 각 팀의 감독이지만 밖에서는 그냥 친동생과 같다"고 못박았다.
김환 기자 [hwan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