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시범경기서 '포지션 파괴'를 선보이고 있다. 김성근(69) SK 감독은 "선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도가 다분한 선수 기용이다.
포지션 파괴의 파도가 향한 곳은 1루수와 포수다. 김 감독은 16일 시범경기 대전 한화전에서 3회말부터 최동수를 포수로 기용했다. 최동수는 이날 연장 10회까지 포수 마스크를 썼다. 2001년 이후 10년만의 일. 최동수는 1994년 포수로 LG에 입단했지만 2002년부터 1루에 전념했다. 프로통산 포수로는 45경기, 1루수로는 1036경기를 뛰었다. 12일 부산 롯데전에는 포수 김정남이 1루수로 선발출장해 정규이닝 9회를 모두 소화했다. 김정남은 성균관대 시절 1루와 포수를 겸했다. 하지만 2009년 SK에 입단한 뒤 전문 포수 수업을 받았다.
시범경기 직전까지만해도 최동수는 1루수, 김정남은 포수로 분류됐다. 정규시즌을 개막을 눈 앞에 두고, 갑자기 낯선 포지션을 소화해야 했다. 김 감독은 "선수 명단을 보라. 그리고 부상자를 떠올려라. 이유를 알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SK의 1루 자원은 넘친다. 베테랑 우타자 이호준·최동수가 경쟁 중이고 좌타자 박정권도 우익수에서 1루로 이동이 가능하다. 누가 주전 1루수로 나서도 중심타선에 포진될 수 있을 정도로 '질'적인 면에서 돋보인다. 그러나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까지는 좋았다. '아무나 써도 되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오면서 3명 모두 감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시범경기 개막일인 12일 선발 1루수에 3명 모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김 감독이 전한 묵직한 경고음이다.
포수는 김 감독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주전포수 박경완의 복귀일을 점칠 수 없기 때문. 지난 해 11월 27일 오른 아킬레스 수술을 받은 그는 현재 인천에서 재활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차선책' 정상호는 15일 대전 한화전에 나서 2이닝만을 소화하고 교체됐다. 김 감독은 "정상호까지 아프면 답이 없다. 혹시라도 부상이 재발할 수 있으니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정상호도 지난 겨울 허리통증에 시달렸다.
마무리훈련과 스프링캠프서 공을 들였던 최경철·김정훈·김정남 등 젊은 포수들은 실전테스트서 안정감을 보이지 못했다. '대체가 불가능한 포지션'으로 불리는 포수 자리에, 1루수를 주업으로 삼는 최동수까지 '잠재적 경쟁자'로 나섰다. 젊은 포수들에게는 자극제가 된다. 또한 최동수가 1이닝 이상 소화 가능한 포수로 자리매김한다면 경기 막판 포수 자리에 대타·대주자를 기용할 수 있는 폭을 넓힐 수 있다.
하남직 기자 [jiks7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