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시절부터 KIA는 왼손투수가 귀한 팀이었다. 좋은 투수들을 많이 배출했지만 왼손투수는 드물었다. 2011시즌 KIA는 19년만에 10승 좌완 듀오 탄생 가능성에 도전한다. 양현종(23)과 트래비스 블래클리(29)가 주인공이다.
로페즈와 일찌감치 재계약을 결정한 KIA는 전지훈련을 떠나기 직전인 14일에야 나머지 한 명의 외국인 투수를 결정했다. KIA는 사실 지난해 뛰었던 콜론을 잡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주로 불펜투수로 뛰어 이닝소화 능력이 부족하지만 국내 무대 적응을 마쳤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콜론측이 로페즈급 대우를 원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었고, 결국 좌완 트래비스가 낙점됐다. KIA 투수들은 지난해 우타자를 상대로 팀피안타율 0.267(5위)로 선방했지만 좌타자에는 0.280(7위)에 그쳤다. 선발이 우완 일색인데다 좌완 불펜도 약해 후반부에서 카드가 모자랐다. 트래비스의 가세는 이런 점을 보완해 줄 것으로 보인다.
트래비스는 로페즈-윤석민-서재응-양현종과 함께 선발진을 구성한다. 이로써 19년만의 좌완 10승 듀오 탄생을 위한 조건이 갖춰졌다. KIA 역사상 왼손투수 두 명이 동시에 두자릿수 승수를 올린 1992년 한 번 뿐이다. 김정수 KIA 코치와 신동수 동성고 감독이 그해 각각 14승과 13승을 올린 바 있다.
2009년 12승, 지난해 16승을 올린 양현종은 KIA 좌완 최초로 3년 연속 10승을 꿈꾸고 있다. 제구력이 가끔 흔들리는 게 문제지만 지난해 보여줬던 구위를 유지한다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숫자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김시진 넥센 감독에게 전수받은 컷패스트볼 이라는 비장의 무기도 있다.
기록 달성 여부는 결국 트래비스에 달렸다. 신장 191cm, 몸무게 88kg의 트래비스는 메이저리그에서는 2년간(2004, 2007년) 34⅔이닝 1승3패 평균자책점 9.35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23경기 중 선발로는 7경기 밖에 뛰지 않았지만 원래는 선발 요원으로 2004년 시애틀 시절 백차승과 빅리그 진입을 놓고 다툰 적도 있다. 150㎞이 넘는 구속과 컷패스트볼 자체는 문제 없지만 볼과 스트라이크 차이가 큰 편이라 한국의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