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환(34·LG)이 구단의 연봉 90% 삭감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4년전 투수 자유계약선수(FA) 역대 최고 대우(4년간 최대 40억원)를 약속받고 화려하게 LG에 입단했다. 그러나 계약만료 직후 프로야구 역대 최대 삭감액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박명환은 자존심을 접고, 구단의 뜻을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 "돈보다 명예회복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박명환은 4일 잠실구장 LG 사무실에서 연봉담당자와 만났다. 그는 이미 일주일 전 구단안을 제시받았다. 구단은 "전지훈련 출발(5일·사이판)전 계약을 마무리하자"고 했고, 결국 박명환은 연봉 5000만원, 1년 계약에 합의했다. 지난 해 연봉(5억원)에서 90% 삭감된 금액이다. 기존 역대 최대 삭감율을 뛰어넘는 수치다. 2008년 김동수(현 넥센 코치)는 신생팀 히어로즈와 73.3%(3억원→8000만원) 삭감된 금액에 계약을 체결했다.
LG의 새로운 연봉산정방식이 대폭 삭감을 불러왔다. LG는 지난 해 선수단에 "내부 고과로 연봉을 산정하던 이전 방식을 탈피하겠다. '팀승리 기여도'가 평가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연차에 상관없이 한 해 성과가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고액 연봉자였던 박명환가 승리에 기여한 것은 단 4경기 뿐이었다. 박명환은 올 시즌 4승 6패 평균자책점 6.63으로 부진했다.
FA 계약 후 극도의 부진도 악재였다. 박명환은 LG 이적 첫 해인 2007년 10승(6패)을 거뒀을 뿐, 2008년과 2009년에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2008년 6월 오른 어깨 수술을 받은 뒤 수차례 1군 마운드에 복귀했지만 허벅지·허리 통증 등을 앓으며 다시 재활군으로 내려갔다. 4년간 총 14승을 거둔 투수에게 LG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박명환은 "구단과 합의하기도 전 연봉이 외부에 알려져 당황했다. 너무 큰 삭감폭을 남겨 후배들에게 미안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명예회복 기회를 잡았다는 기대감이 더 크다. 그는 "돈보다는 명예회복이 우선이다. 이제는 통증이 사라졌다. 나를 믿고 기회를 준 구단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힌 뒤 "나를 응원해 준 분들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 내일(5일) 사이판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차근차근 성실하게 준비해서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하남직 기자 [jiks7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