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가 연말 시상식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올해 드라마 3파전에서 재미를 본 KBS와 SBS는 연기대상 수상 후보가 너무 많아 선별작업에 애를 먹고 있다. 반면에 MBC는 눈에 띄는 히트 드라마가 없어 문제다. '빈익빈 부익부'인 셈이다. 연예대상의 경우 강호동·유재석의 강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각 방송사별로 다크호스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상파 3사 2010 연기대상과 연예대상의 주인공은 누가 될지 미리 살펴봤다.
▶KBS 연기대상 전광렬·장혁 유력, 연예대상 후보 이경규 놓고 고심KBS 드라마국은 요즘 넘쳐나는 대상 후보로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지난 1월부터 12월 12일까지 드라마 시청률(AGB닐슨미디어리서치)을 보면 1위에서 4위를 KBS 드라마가 휩쓸었다. 1위는 36.7%의 '제빵왕 김탁구', 2위는 '수상한 삼형제'(34.6%)다. '다함께 차차차'(33.4%)는 3위, '추노'(30.3%)는 4위를 차지했다.
'제빵왕 김탁구'의 전광렬과 전인화, '추노'의 장혁이 유력 후보로 압축됐다. 연기경력과 작품의 시청률 및 극중 비중을 따져본 결과다. 문근영의 우수상 수상 여부도 관심사다. '신데렐라 언니'가 평균 20%대에 육박했던 데 비해 '매리는 외박중'은 한자릿수에 머물며 고전중이라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제빵왕 김탁구'의 윤시윤과 '도망자 플랜B'의 정지훈도 배제할 수 없다.
연예대상 후보 경쟁도 치열하다. 강호동·유재석·이경규·김병만·신동엽 등이다. 강호동은 KBS 측으로선 '안전한 수상자'다. 김C의 하차, MC몽의 부재 등 악재 속에서도 '해피선데이-1박2일'을 동시간대 1위로 이끈 '공신'이기에 수상에 대해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개그콘서트'의 '달인' 코너에서 진정성을 인정받은 김병만도 대상 수상 자격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문제는 이경규다. 그는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의 맏형으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며 가장 유력한 대상 수상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멤버 김성민이 마약사건에 휘말려 구설에 오르면서 껄끄러운 상황이 됐다.
연예대상 사무국의 김영도 PD는 "유력 수상 후보로 이경규가 거론됐던 건 맞다. 하지만 김성민 사건 이후 내부에서 고민이 많아졌다"며 "김병만과 강호동을 놓고도 의견이 다양하다. 방송 직전까지 논의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BS 연기대상 이범수·정보석 각축, 연예대상 다크호스 이승기 SBS 드라마국도 넘치는 후보로 고민하긴 마찬가지다. '자이언트'는 10%대에서 시작해 30% 후반대까지 육박하며 동시간대 최강자가 됐다. '대물'은 평균 20%대를 유지하며 순항중이고, '시크릿가든'도 화제를 모으며 20%대를 훌쩍 넘어섰다. '인생은 아름다워'도 꾸준한 인기몰이를 했다.
유력 대상 후보자는 '자이언트'의 이범수와 정보석, '대물'의 고현정, '인생은 아름다워'의 김해숙 등이다. 이범수는 60회에 달하는 대작의 주인공으로 올해 SBS 드라마국의 자존심을 지켜준 작품의 주인공이라 대상 수상자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보석에 대한 지지도 만만치 않다. 극중 이범수와 대치하는 악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안겨줬기 때문. 연기 경력만 따지면 이범수보다 수상 확률이 높다. 고현정과 '국민엄마' 김해숙도 만만치 않다.
그외 부문도 면면이 쟁쟁하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이승기·신민아, '시크릿가든'의 하지원·현빈, '이웃집 웬수'의 유호정·손현주 등 '우수상감'들이 줄을 서 있다.
SBS 드라마국의 허웅 국장은 "대상 후보들은 외부에서 평가하는 기준과 크게 다를 게 없다. 문제는 얼마나 공정하게 수상자를 뽑느냐다. 각종 데이터와 여론을 반영해 최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하기 위해 고심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예능국은 올해 연예대상 후보로 이승기를 거론해 반전을 예고했다. '강심장'과 '스타킹'의 MC 강호동이 유력한 후보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강심장'의 공동 진행자 이승기까지 후보에 올려 다양성을 꾀한 것. 이승기가 대상을 받는다면 '예능계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셈이다. 유재석은 강호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다. '런닝맨'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MBC 연기대상 내세울 후보 없어, 연예대상은 유재석·강호동 싸움 MBC는 연기와 연예 양 쪽에서 마땅히 내세울 후보가 없어 곤혹스럽다. 드라마와 예능의 전반적인 성적이 KBS나 SBS에 비해 눈에 띄게 저조했다. 이슈가 됐던 작품들을 모아봐도 '기분좋게' 상을 주기는 민망한 상황이다.
연기대상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배우는 '동이'의 한효주, '즐거운 나의 집' 김혜수, '욕망의 불꽃'에 출연중인 신은경, '파스타'의 공효진, '역전의 여왕' 김남주 등이다. 높은 시청률과 관심도를 반영한다면 한효주가 유력하다. '동이'가 평균 23%의 시청률로 올해 드라마 시청률 순위 10위 안에 들어간 유일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극의 거장' 이병훈 PD의 이름을 건 작품치고 성과가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가가 걸림돌이다. 김혜수의 대상 수상도 쉽지 않다. '즐거운 나의 집'이 한자릿수 시청률에 머물며 고전하고 있어 명분이 살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김남주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연예대상은 '유재석과 강호동의 대결'로 또 한차례 시선을 모은다. 유재석의 '무한도전'과 강호동의 '황금어장-무릎팍도사'가 MBC 예능국의 자존심을 지켜줬기 때문이다. '세바퀴'의 이휘재도 유력한 수상 후보다. 다크호스로는 박명수가 떠오르고 있다.
MBC의 조중현 TV제작본부장은 "올해 MBC 드라마가 저조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주몽'이나 '선덕여왕'처럼 압도적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 없어서 그렇지 나름의 성과는 있었다고 본다. 예능 쪽에서도 간판급 프로그램은 선전을 한 만큼 수상자 선정과정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