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올 겨울 최고 화두는 외국인 투수 히메네스(30) 잡기다. 정확히 말하면 '히메네스를 일본에 빼앗기지 않기'다. 올해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용병으로 활약한 히메네스를 일본 구단들의 물량공세로부터 지켜야 한다. 두산은 2007년 에이스였던 리오스를 일본 야쿠르트에 빼앗긴 바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감을 갖는 분위기다. 일본의 히메네스 영입전이 생각보다 그렇게 치열하지 않다. 히메네스도 썩 내켜하지 않는 눈치다. 일본 야구계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처음 히메네스에게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던 몇 구단은 이미 발을 뺀 것 같다. 현재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팀은 라쿠텐 정도"라고 말했다.
라쿠텐은 최근 호시노 신임 감독의 사단에 합류한 '지한파' 코치들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히메네스를 영입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올 시즌 SK 타격 코치로 활약한 세키가와 코치와 삼성 타격코치였던 다네다 코치가 호시노 감독에게 히메네스를 '물건'이라고 추천했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라쿠텐이 넉넉하지 않은 구단 재정상 외국인 선수 영입을 위해 그다지 큰 돈을 쓰지 않는 팀이라는 것이다. 김태룡 두산 운영홍보부문장은 "라쿠텐이 히메네스에게 그렇게 많은 몸값을 제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히메네스의 의중도 파악했다. 이복근 스카우트팀장이 지난달 말까지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새 용병 자원을 물색하던 중 히메네스와 만났을 때 "두산에 남고 싶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돈때문에 굳이 일본 무대로 옮겨 모험을 걸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한다.
두산 측은 "리오스 때와는 분명히 다르다"고 판단하고 있다. 리오스는 당시 한국 무대에서 6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올려 충분히 검증됐던 투수였던 반면 히메네스는 단 한 해 보여준 것이 전부다. 무엇보다 리오스는 한국에서 이룰 것은 다 이뤄 큰 돈을 받고 일본에서 마지막 승부를 걸 만 했지만 히메네스는 상대적으로 어리다. 한국에서 1~2년 더 경험을 쌓아 몸값을 올리는 편이 낫다.
김동환 기자 [hwan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