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스포츠의 동작은 근육과 신경이 담당한다. 근육을 만들지 않고는 해당 스포츠의 정점에 오를 수 없다. 다만 모든 스포츠가 요구하는 근육의 특징(유산소 근육·무산소 근육)과 양 그리고 강도 등에는 차이가 있다. 심지어 동종(同種) 스포츠에서조차 요구하는 근육의 특징 등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조금씩 차이가 난다.
예컨대 인라인 스케이트와 스케이트의 경우 전자는 하체의 근력과 심폐지구력을, 후자는 하체의 근력과 유연성을 더 요구하기 때문에 양쪽 동호인이나 선수 사이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무·유산소 근육의 차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근육만 잘 만들면 관련 스포츠에서 만능이 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자신이 만든 근육이 그 스포츠가 요구하는 근육으로 적응하기위해서는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과정 중의 하나가 신경트레이닝이다. 근육을 움직이는 주관자는 신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특정 근육을 주관하는 신경의 손상을 입게 되면 근육은 운동부하를 걸지 못하게 돼 끝내 퇴화되고 만다.
이런 점에서 스포츠의 정점에 오르기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근육과 신경트레이닝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승마의 정점에 오르기위해서는 일단 승마가 요구하는 스포츠의 근육을 만들어야 한다. ‘승마 근육’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후 신경트레이닝이 뒤따라야 한다.
근육을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는 웨이트트레이닝이다. 하지만 웨이트트레이닝에 의해 만들어진 근육은 군사적인 측면에서 비유하자면 그져 전쟁을 위해 징집해 놓은 병사들의 집단일 뿐이다. 전투에는 아직 무능한 병사와 비슷하다. 전쟁에서 살아남기위해 병사들은 실전과 똑같은 상황에서 혹독한 훈련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근육 역시 해당 스포츠에 적응하기위해 혹독한 훈련과정을 겪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신경트레이닝이라는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신경트레이닝 방법중 하나는 관련 스포츠를 통해 부단히 반복하는 학습(훈련)을 들 수 있다. 이 훈련을 통해 운동의 모든 정보가 신경에 저장되기 때문이다.
신경에 저장된 정보는 비교적 생명력이 길다. 한번의 저장보다 여러번, 그것도 신경전달 물질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10대∼20대에 저장된 정보의 생명력이 훨씬 길다. 어릴적 습득한 스포츠는 거의 평생동안 잊혀지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근육은 신경과 다르다. 근육이 근육으로서 자리잡기위해서는 통상 6년이상 운동부하를 걸어야 한다. 이것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풍선에서 바람이 빠져나가 듯 소실되고 만다. 근육은 결코 저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번 만들어진 근육은 20대에는 보통 7일, 30대에는 6일, 40대에는 5일, 50대에는 4일, 60대에는 2일 정도밖에 저장되지 않는다. 그 이후부터는 서서히 자신도 모르게 소실의 곡선을 긋고 만다.
이런 생리학적 이론 즉 근육과 신경트레이닝의 사이클은 승마에 비교적 정확하게 적용된다. 예컨대 20대에 일주일에 1회정도 말등위에 오른다면 자신의 실력은 겨우 현상 유지에 불과하다. 실력을 더 늘리기위해서는 그 이상 반복해야 한다.
40대에는 3회, 50대에는 4회 정도를 반복해야 현상유지가 가능하다. 이 보다 회수가 줄어들면 어느새 자신의 실력은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 쪼그라들고 만다. 근육은 저장되지 않기 때문에 스포츠에서 공짜나 요행은 결코 통하지 않는다.
남병곤 한국마사회 상임이사 제주본부장/승마역학 박사 horsefilm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