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지난 24일. KIA의 실질적 구단주인 정의선 현대기아차그룹 부회장이 축승회에 참가했다. 그룹 업무로 잠실구장을 찾지 못했지만 KIA의 우승 소식을 듣고 행사장인 리베라호텔로 한 걸음에 달려왔다.
정 부회장은 축사를 통해 깊은 감사를 전했다. 아울러 향후 아낌 없는 지원을 통해 KIA가 매년 우승후보로 꼽힐 수 있도록 돕겠다는 약속도 담겨 있었다.
정 부회장은 "KIA 야구단의 우승이 올해 그룹의 가장 큰 성과입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고 말한 뒤 단상 옆으로 나와 선수단을 향해 90도로 절을 했다. 정 부회장이 허리를 숙여 선수단에 경의를 표하자 모두들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이어 정 부회장은 "여러분이 그룹 구성원들에게 1등의 맛을 느끼게 해 줬습니다. 야구단처럼 KIA 자동차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KIA 식구들은 여러분을 존경합니다"라고 말했다.
또 "KIA 야구단이 삼성·SK 등 다른 구단에 비해 하드웨어가 약한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운 여건속에서 조범현 감독님의 전술과, 선수들의 협동으로 우승을 해냈습니다. 올해를 계기로 KIA 야구단이 다시 전설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는 아낌 없는 지원을 약속드립니다"고 했다.
KIA는 2000년 9월 해태를 인수해 창단한 후 상당히 공격적인 투자를 보였다. 2003년 두산 마무리 진필중과 현대 간판타자 박재홍을 사들였다. 이듬해에는 삼성 4번타자 마해영을 4년간 28억원을 주고 데려왔다. 삼성 못지 않은 의욕과 자금력을 보였지만 KIA의 성적은 해가 갈수록 곤두박질쳤다. 2005·2007년엔 꼴찌까지 추락했다.
이쯤 되자 야구단은 그룹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다.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한 구단은 지원을 요청하기 어려웠다. 최근 2년간 KIA는 선수를 사오지 않고 내부역량 강화에 힘썼다. 메이저리거 출신 최희섭과 서재응이 부활했고, LG에서 8년만에 복귀한 김상현이 폭발했다. 39세 이종범과 19세 안치홍이 서로를 밀고 당겼다.
KIA는 결국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우승을 이뤄냈다. 정 부회장은 "사실 우리는 우승에 배가 고팠습니다. 정몽구 회장님도 집에서 1회부터 끝까지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감사하다' '자랑스럽다' '축하한다'는 말을 꼭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축사에서 '지원'이라는 단어를 3번이나 사용했다. 스스로 일어난 야구단에 '날개'를 달아주겠다는 굳은 약속이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사진=기아제공, KIA 한국시리즈 우승 축승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