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는 드라마 '소금인형' '비포 & 애프터 성형외과' '홍콩 익스프레스' 등에서 보여준 부잣집 여자의 화려함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등에서 나타난 쿨하고 강한 여자의 이미지다.
현대 무용으로 다져진 몸매에 모델 활동, 169cm의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 등이 빚어낸 화학작용이다.
주목 받는 패셔니스타의 한 명인 그가 추구하는 패션은 굳이 따지자면 후자에 더 가깝다. '보이시하고 시크한 모던걸'이란 표현이 딱 떨어진다. 평소 화장을 전혀 안 하고 다닐 정도로 털털하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옷은 편안하게 입는 게 최고!
정애연은 모델 활동을 통해 패션의 세계에 빠져 들게 됐다. 대학교(대전대)에서 현대 무용을 전공한 그는 2001년 우연히 한 패션 잡지의 표지 모델로 데뷔했다.
모델이 됐다가 연기와도 인연을 맺게 됐다. 또한 이런 인연 때문에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케이블 채널 Mnet의 모델 선발 프로그램 '아이 앰 어 모델' MC로 활약했다. 모델과 패션은 그에게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었다.
"잡지 모델이 되기 전까진 패션에 큰 관심이 없었어요. 어릴 적엔 명품 접할 기회가 없었지요. 모델하면서 느낀 것은 패션 디렉터·아티스트는 유행과 상관 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찾아서 입더라고요. 그게 더 멋스러웠어요. 그래서 제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성격 탓인지 편하게 입어야 직성이 풀린다. "얼마 전 TV에서 랄프 로랜이 한 말이 기억나요. '옷은 편안하게 입으라고 있는 것이다. 너무 실험적인 옷들은 과연 옷일 수 있을까'라는 그의 말이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패션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함보다는 자기 만족이 중요해요. 유행하는 아이템을 사도 제 스타일과 믹스 매치해서 입어요."
그의 패션 스타일은 단 하나로 압축할 수 있다. "노모 톤의 민소매에 자킷 하나를 걸쳐요. 바지는 진 종류로 하고요. 모던한 느낌을 주지요. 옷은 베이직하게 입고, 그 날 돋보이고 싶다면 벨트·팔찌·귀고리·반지 등 악세서리를 활용해요. 악세서리는 큼직한 걸로요."
결혼식 때 입는 정정도 마찬가지다. 모던한 스타일의 원피스로 원피스로 화려한 것보다는 깨끗하고 세련된 이미지가 돋보일 수 있도록 한다. 편안 스타일을 추구하는 그가 즐기는 의상은 바로 배기 팬츠다. "배기 팬츠는 정말 편하면서도 뭔가 다른 느낌을 주지요. 섹시한 효과까지 낼 수 있어 금상첨화죠."
패션은 남자들의 눈빛을 달라지게 한다
정애연은 허리가 몸에 비해 굉장히 얇은 편이다. 그래서 빅 벨트를 많이 이용한다.
그는 대표적인 'X자 몸매'의 소유자다. 어깨와 골반은 서양인처럼 벌어져 있는데 허리는 가늘어서 글래머스하게 보인다. 23인치 밖에 안 된다. 코디네이터 김은형 실장은 정애연의 몸매에 대해 설명한다. "옷을 사면 허리가 남아요. 드라마 촬영 때는 일일이 허리 수선을 해야 할 정도예요."
뜻밖에도 허리가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정애인이 한숨을 쉰다. "허리가 얇지만 길어요. 허리가 길다는 건 다리가 짧아보인다는 걸 뜻해요."
허리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파트너는 힐이다.
"힐을 주로 신고 다녀요. 다리도 길어 보일 뿐만 아니라 종아리나 힙의 라인이 살아나요. 몸에 적당한 긴장도 주고요. 몸매 유지에 좋은 아이템이라 생각해요. 큰 키가 더 부각된다고요? 자기 만족이기 때문에 남자는 신경 쓰지 않아요. 오히려 여자 분들이 더 많이 쳐다봐요. 하루에 두 세 시간 정도 신으면 몸에도 무리가 없어요. 힐의 높이를 다르게 하면 더 좋아요. 가끔은 낮은 걸 신기도 하고, 높은 걸 신기도 하면서 밸런스를 맞춰요."
정애연에 따르면 여성들이 패션에 신경써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서강대에서 수제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요. 트레이닝복에 모자 푹 쓰고 나가면 손님들이 못 알아봐요. 일이 있어서 메이크업을 하고 가게에 나간 날은 매출이 완전히 달라져요. 예쁘게 하고 나오면 저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눈빛이 달라지죠. 그걸 느껴요. 패션이라는 게 그렇게 묘해요."
>> 2편에 계속
장상용 기자 [enisei@joongang.co.kr] 사진 이영목 기자 [ym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