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강풀(35)이 단단히 화났다. 그 대상은 연쇄살인범들이다. 연쇄 살인을 다룬 최신작 '이웃 사람'(문학세계사 간)에서 연쇄살인마 류승혁의 과거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 이유다. 류승혁에게 죽임을 당한 여고생 원여선은 이 만화에서 혼령이 되어 나타난다.
강풀은 "최근 강호순 판결도 있었지만 사형 제도의 찬반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다만 '연쇄살인마도 알고 보면 나쁜 놈이 아닐 거야'라는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면서 "처음에 고민을 많이 했지만 빼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웃 사람'은 로맨스와 호러물을 번갈아 그려온 강풀의 최신작. 야구 선수 출신의 이호성, 연쇄살인마 유영철 사건 등을 접한 것을 계기로 지난해부터 한 포털에 연재를 시작했다. 특정인을 모델로 삼지는 않았다. '누군가는 이 사건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으로 작품을 그려 나갔다. 그는 이웃 사람들의 무관심과 이기심·소심함이 연쇄살인을 키웠다고 지적한다.
이 만화의 특징은 악당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는 "지금까지 나는 의도와 다르게 주인공을 선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었다. 앞으로는 악당을 스스럼 없이 그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작품을 하면서 건강이 나빠져 크게 고생했다. 만화가들의 고질병인 항문 계통 질환으로 입원을 두 주간 했다. 제때에 치료를 받지 못해 병이 더 커졌다. 지금도 완전히 회복된 상태는 아니다. 지금은 회복에 주력을 하고 있다.
강풀의 만화는 대부분 원작 판권이 팔린다. 개인적으론 영화 '26년' 제작이 무기한 미뤄진 점을 아쉬워 한다. 드라마 '그대를 사랑합니다'도 편성이 뒤로 밀렸지만 언젠가 제작되리란 희망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해 "나는 욕심이 많은 작가"라고 웃었다.
만화가로 성공한 강풀은 최근 크게 효도를 했다. 다음달 목사 은퇴하는 아버지에게 펜션(경기도 양평)을 선사했다. 이름은 '강풀 펜션'이다. "그 동안 번 돈, 다 거기 넣어서 돈 하나도 없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