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e스포츠판에 홍진호-강민 등 ‘올드보이’들이 줄줄이 퇴장하면서 10년 역사의 e스포츠가 급격히 젊은층으로 기울고 있다. 그리고 이제 30대 중반에 접어든 터줏대감 팬들이 점차 떠나가고 있다는 소리가 높다.
소위 ‘본좌’ 논쟁도 그렇다. 마재윤의 전성기 시절까지 나왔던 본좌 논쟁도 이제는 시들하다. 개인에 집중되었던 관심이 팀 경기와 프로리그, 팀 랭킹으로 변화되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e스포츠의 아이콘 임요환이 복귀했고, “30대까지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겠다”는 선언은 올드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그들을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오게 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임요환이 나오기 전인 1999년 3월부터 해설을 했던 게임 해설 1호 엄재경 온게임넷 해설위원은 “그의 귀환에 올드팬의 반응도 뜨겁다.
그가 군에 있을 때 ‘요즘은 재미없어. 임요환이 있었을 때는 참 재밌었는데’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며 “임요환의 경기 스타일이 한 경기 한 경기 테마를 달리 하는 전략형이어서 허무하게 무너질 때도 있지만, 매 경기 재미를 주고 변화무쌍해 폭발적인 인기가 있었다.
그런 의외성과 재미는 아무도 못 당한다. 요즘 같은 물량 공세와 자로 잰듯한 정확성만이 횡행할 때, 만약 전략형인 그가 개인리그 4강에 오른다면 다시 올드팬들이 경기장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e스포츠계 한 인사는 “산업적으로 판단할 때 제 아무리 스타라도 물러갈 때는 물러가야 한다”며 “현재가 과거에 비해 팬들이 많이 떨어져나가거나 시청률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임요환·홍진호 등에 집중되었던 관심이 이제는 리그 자체로 변화되어 팀 순위 등이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며 “공군 같은 프로게임단은 없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더라도 실제로 김동수 등 병역을 마치고 복귀한 선수들이 그다지 오래가지 못했고, 과거처럼 낭만적인 시절의 프로의식이 아니라 철저히 직업의식과 준비를 통해 프로의식이 똘똘 뭉친 신세대에 의해 완전히 물갈이한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스포츠계의 또다른 관계자도 “옛날 팬들이 많이 떨어졌지만 새로운 층 또한 분명히 생겼다. 이 같이 새롭게 진입하는 층들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본좌’ 논쟁이 왜 마재윤까지만 있었을까도 냉정히 살펴봐아 한다.
현재 아이콘이 있는 건 e스포츠밖에 없다. 지금은 야구에서도 선동렬이나 최동원이 나오기 쉽지 않다”며 “현재 시점에서 추억의 재생산도 좋지만 임요환이 없으면 e스포츠가 끝난다는 것도 억지고 위험한 논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요환은 “언젠가는 왕비호가 ‘누구~’하는 것처럼 팬들에게 잊혀질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그런 느낌을 조금은 느낀다. 팬클럽 회원도 줄어든 거 같고 자주 보던 얼굴도 잘 안보인다. 하지만 내가 잘 하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임요환 복귀 논쟁 속에 의외로 돋보이는 것은 임요환의 10대 팬들이다. 임요환이 워낙 한국e스포츠의 상징적이고 역사적인 인물이다보니 의외로 그를 좋아하는 10대 층도 많다는 점이 자연스레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요환에 대한 이런 관심은 그가 “기를 쓰고 철저히 자기 관리하는 것과 승부에 관한 투지에 있어 역대 최고”라는 공통된 평가도 한몫하고 있다. 박세리를 보고 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던 골프의 ‘세리키드’가 신지애라면, 임요환을 보고 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던 ‘요환키드’가 김택용-마재윤 등으로 화려했던 임요환의 명성에 대해 여전히 존경하는 전통 때문이다.
임요환이 지난해 12월 21일 군 제대 후 휴가를 마치고 3일 소속팀으로 완전 복귀했다. 1월 로스트에 등장한 그는 7일에는 경기장에 나가 팬들을 직접 만날 것으로 보인다. 게임 황제 임요환이 과연 어떤 모습을 보일까.
과거 명성에 걸맞게 10년 역사의 올드팬들인 아저씨들까지 경기장에 끌어 모을까 아니면 실력도 못내고 반짝하다 사그러질까. 황제의 복귀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든 올드팬들의 관심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거란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