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만에 처지가 뒤바뀌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우리 히어로즈 이야기다.
히어로즈가 가입금 2차 납입분 시한(6월 30일)을 넘기자 KBO는 “규약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미 “조건없이 7일까지 납입금 24억원을 넣어라”고 내용증명된 최고장을 히어로즈측에 발송한 KBO는 “이행되지 않을 시 규약에 있는 대로 회원사 탈퇴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월. 6개월 전으로 시간을 돌려보자. “KBO와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히어로즈 운영 주체)는 한 배를 탄 운명”이라고 밝힌 하일성 KBO 사무총장의 말처럼 KBO는 히어로즈의 편이었다. 8개 구단 체제로 가야 한다’는 대원칙 하에 센테니얼에 집중되는 비난과 의심의 눈초리를 앞장 서 맞았다. 센테니얼의 해명보다 KBO의 설득이 더 빠르게 진행 됐다. 이쯤 되면 KBO는 센테니얼의 대변인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현대 선수단의 집단행동과 나머지 구단들의 반대라는 돌발변수를 센테니얼과 함께 정면돌파한 것도 KBO였다.
그도 그럴만 했다. 시즌 개막을 코 앞에 둔 상황. 현대 매각과 관련해 센테니얼은 사실상 '마지막 구원투수'였다. 또 현대 매각 협상의 전권을 물려받고도 지난 1년간 미숙한 일처리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KBO로서는 현대가 공중분해되고 7개 구단으로 갈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면치 못할 위기였다. KBO에게 센테니얼은 구세주이자, 눈물나게 고마운 고객이었다.
그러나 최근 KBO가 강경 모드로 돌아섰다. 왜 그랬을까. “납입금은 KBO 총회의 결정사항이고 규약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내가 봐주고 싶어도 봐줄 수 없다”는 하 사무총장의 말은 일단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는게 야구계 반응이다. 돌아가는 주변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8개 구단 체제가 붕괴될 위기였던 지난해와 올 시즌 상황에서 벗어나 프로야구 인기가 높아졌다는 게 큰 이유다. 건실한 기업에서 센테니얼을 대신해 구단을 운영하겠다는 소문도 들린다.
하 사무총장은 “그동안 히어로즈가 회원사로서 구실을 잘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납입금을 넣을 것으로 본다”고 말하면서도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걱정은 없다. 지난해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고 묘한 말을 남겼다. 지난해에는 가입금을 면제해주겠다고 해도 야구할 기업이 없었는데 이제는 빠른 기간 내에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3개월이면 (회원사를) 찾을 수 있다"는 말도 슬쩍 남겼다.
회원사 자격을 박탈당할 경우 센테니얼도 득보다는 실이 많다. 구단 승인 때 내놓은 12억원의 1차 납입금뿐 아니라 운영비 등 그 동안 구단에 들어간 돈을 한푼도 던질 수 없다. 또 메인 스폰서인 우리 담배 측으로부터 계약 위반에 대한 책임을 배상해야 한다. 투자회사로서 이재에 밝은 센테니얼은 사면초가에 몰린 형국이다.
정회훈 기자[hoo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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