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모녀 살인, 안양 초등학생 실종사 등에서 보여준 끔찍한 모습의 사체와 뒤늦게 밝혀진 사건의 내막. 갈수록 잔혹해지고 늘어나는 사건들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사이코 패스, 롤리타 증후군 등 살인범들에 대한 정신학적 분석이 쏟아지는 가운데 일부에선 이런 사건의 원인을 ‘죽음의 기운’ 살기로 보기도 한다. 살기, 악령과의 대화를 한다는 법사·영매를 따라가 봤다.
▲스스로도 왜 그런지 모르나?
범죄 심리학자들은 희대 살인극의 원인을 반사회적 인격장애에서 찾지만 ‘사주상 형살’(사람을 죽여 형을 살고 나오는 살)이나 ‘악령 (살인을 시키는 빙의령)의 장난’이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퇴마사 김세환 법사·영매와 함께 네 모녀를 살해한 이호성 시신이 발견된 한강에 갔다. 김세환 법사는 “끔찍한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원인이 다양하겠지만 그 중 무시할 수 없는 배경에 살인 악령이 존재한다. 실제로 그들과 얘기한 적도 있다”면서 “이씨한테 귀신이 씌었다. 굉장히 치밀한 영혼이 들어왔다. 이씨는 꼭두각시였다. 여자를 죽이는 악령, 여자를 죽이고 본인도 자살하는 악령이 들어와 충동질을 했다”고 말했다.
작두여장군도 “살이 꼈으니까 순간순간 남을 해할 마음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그냥 원한도 없이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른다”고 말했다. 이씨에게 실린 악령은 살해·자살 모든 것이 자신이 시켜서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 “난 이씨를 죽게 한 사람이야, 뉴스 감이나 안주 감으로 했으면 됐지 더 이상 (취재) 하지 마시오. 죽이라고 해서 사람을 죽이다니, 이겨내야지….”
김 법사는 “살인을 부르는 기운인 악령은 반드시 존재한다. 그들의 조정으로 성폭력·살인 같은 범죄가 일어난다. 분노는 충동질을 이기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6년 여자의 알몸 변사체가 발견된 곳도 찾았다. 김 법사와 무속인은 성폭행 당한 여자가 보인다며 접신을 시도했다. 살해된 영혼이 보인다는 무속인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여자로 보인다. 머리채를 붙잡고 눕히고 때리고, 성폭행을 하고 다음에 목을 졸랐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김 법사는 “무속인이 말하는 것은 마지막 남자 이야기다. 그녀가 중국동포 네 명에 의해 윤간을 당했으며 그 중 한 명이 한국에 있다”고 말했다. 놀랍게도 경찰 수사 내용과 상당부분 일치했다.
▲살기는 타고나는가?
이들은 ‘사주팔자상 태어날 때부터 살기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말한다. 사람을 죽여 형을 살고 나온 사람들 중 형살이 끼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살기를 가진 사람은 집에 키우는 개도 줄지어 죽어 나간다는 이야기까지 있다.
전 남편이 자살했다는 K모(42)씨는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죽음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었다. “그 당시 남편은 굴뚝을 뽑아버리고 창문을 테이프로 막았다. 소주 두 병을 마신 상태에서 연탄 가스를 마시고 죽었다.”
그의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는 고등학교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자 친구가 여름방학 때 학교 갔다 오다가 교통사고로 죽었고, 그 뒤엔 만난 남자는 목매 자살했다. 지금도 그가 왜 죽었는지 모른다. 재혼을 했지만 죽음의 기운에 눌려 혼인신고조차 못하고 있다.
무속인은 그에게서 죽은 남자의 영혼이 보인다고 했다. “네가 죽인 것이 아니라 너의 살기가 그들을 죽인 것이다. 너가 들어올 때 제 명에 못살고 간 영혼들이 시커멓게 탄 그림자처럼 음산한 기운이 붙어있었다”면서 “검게 탄 그림자, 목에 자국이 있는 형상, 어린 소년의 피가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들은 지금까지 죽은 남자들의 마지막 영상이다.
A씨(28)는 새 아버지 학대로 분노가 극에 달했다. 어머니가 네 번 재혼했으니 아버지가 다섯 명이다. 심리분석 결과 반사회적 경향이 두드려졌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살기를 느낀다고 고백했다. 최면을 시도했다. 그의 몸 속에는 누나의 빙의령이 있었다. 아버지의 실수로 엎드린 상태에서 죽었다.
“사랑 받지 못해 슬퍼요. 슬프고 외롭고 사랑 받고 싶어. 의붓아버지 네 명 모두 싫어. 엄마를 힘들게 하니까.” 누나 빙의령은 아버지의 사고·이혼,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그가 시킨 일이라고 고백했다.
A씨의 최면을 실시한 설기문 최면 아카데미 원장(심리학 박사)은 “스스로 자기 감정을 좀 더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그래서 빨리 해소하는 노력과 함께 이런 노력을 도울 수 있는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면서 “아무리 악한 악령이라도 인간의 강한 마음과 정신까지는 조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천구 [dazurie@joongang.co.kr]
※기사 관련 TV 프로그램인 중앙방송 Q채널 ‘천일야화’의 ‘살기(殺氣), 악령의 분노인가’편이 28일 밤 12시에 방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