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축구·농구 등 프로 스포츠계의 선수들은 보통 30세 초중반에 은퇴를 맞이하게 된다. 은퇴 선수들이 생각하는 ‘제2 인생’의 진로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지도자의 길, 일반 회사 취업, 대학원 등 학업, 사업이나 창업 등이다. ▲지도자가장 화려한 길이다. 사령탑을 맡고 있는 선동열 삼성 감독(야구), 허재 KCC 감독(농구), 황선홍 부산아이파크 감독(축구) 등이 스타 플레이어 출신 감독의 대표 사례들이다.
하지만 어느 종목이나 지도자의 자리는 극히 제한적이어서 스타 플레이어나 선수 시절 지도자감으로 인정받은 몇몇에 한정된다. 일례로 2007년 한국프로축구의 등록 선수는 530여 명이었고 한국프로야구 등록선수는 480여 명이지만 팀 수는 축구 14, 야구 8개에 불과하다. 프로야구는 1년에 대략 100여 명의 선수가 은퇴한다.
스타 출신이라도 쉽게 프로팀 지도자 자리를 잡지는 못한다. 프로축구의 김태영은 은퇴 후 대학팀 코치로 갔고 최진철은 어린이축구교실을 운영한다.
유상철은 아직도 코치 데뷔를 못하고 있다. 더구나 프로야구 은퇴 선수는 프로와 아마의 교류가 원활치 않아 초·중·고교의 야구 지도자로 가는 길도 쉽지 않다. 선수 수가 적은 프로농구는 은퇴 선수 대부분이 프로, 아마 그리고 유소년 클럽 지도자로 진출한다.
▲일반 회사 취업회사에 취업하려면 서른 중반의 나이가 아무래도 부담이다. 그렇다 보니 운동과 관련된 특수 관계 직종이나 보험, 세일즈 등으로 뛰어든다. 2006년 은퇴한 임수민(프로야구 전 한화)은 배트 등 야구용품 제조업체에 취직했다.
오철민(프로야구 전 KIA)은 지난해 은퇴한 후 보험 설계사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부상으로 일찍 은퇴한 송원국(프로야구 전 두산)는 수입 자동차 세일즈맨으로 변신했다. 배구 선수 출신인 마낙길은 현대자동차 영업지점장 자리까지 올랐다. 또 윤성환, 안성재, 이명학 등 배구 선수들도 자동차 영업으로 제2 인생을 살고 있다.
▲학업격투기 종목의 스타 선수들 중에는 대학원에 진학해 교수로 제2의 인생을 개척한 인물들이 많다. 유도의 하형주(동아대), 김재엽(동서울대학), 김병주(공군사관학교) 김미정(용인대) 등은 교수로 후배를 양성하고 있다.
씨름의 이만기는 인제대 교수직과 함께 방송 활동도 하고 있다. 장건희(프로야구 전 두산)는 한양여전에서 스포츠마케팅 강의를 하고 있다. 농구 얼짱 신혜인은 2005년 심장 수술을 받고 은퇴한 뒤 2007년 서울여대 체육학과에 입학해 교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
▲사업대부분의 은퇴 선수들이 손쉽게 생각해 보는 것이 창업이다. 어느 정도 목돈을 마련했다면 사업 중에서도 식당 창업을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창업을 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문들 닫는 경우도 많다. 아무래도 전문적인 노하우가 부족한 탓이다.
2002년에 은퇴한 장철민(프로축구 전 울산 현대)은 울산에서 고깃집을 수 년째 하고 있다. 유명우(전 권투 챔피언)는 설렁탕과 오리고기로 업종을 바꾸며 6년 넘게 해오고 있다. 최해식(프로야구 전 KIA)는 광주 무등경기장 근처에서 중국집을 운영하고, 차명주(프로야구 전 한화)는 서울에서 헬스 클럽을 오픈했다.
한용섭 기자 [orang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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