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당동에서 10분, 안양 5분, 평촌 10분. 모두 과천 갈현동에서 차로 갈 수 있는 시간이다. 과천은 서울과 판교·안양·평촌을 잇는 교통의 요지이다. 4번 국도를 끼고 있는 덕에 이 같은 상상초월의 동선을 자랑한다. 과천은 경기도지만 서울과 같은 국번 '02'를 사용하는 점도 서울과의 근접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갈현동은 인근이 그린벨트인데다, 관악산을 뒤로 하고 있어 전원의 분위기를 흠뻑 느낄 수 있는 초(超)근교 전원지역이다. 이를 즐기려 과천 시민뿐 아니라 서울·경기도 각처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들의 눈과 입을 만족시키는 토속 음식점은 어림잡아 30여 곳이 넘는다.
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가마솥 회관'은 허허벌판이던 이곳에 처음 문을 열어 이 일대를 맛집 골목으로 만든 터줏대감이다. 사골 국물이 구수한 곰탕집. 오랜 전통을 간직한 집답게 국물 맛이 유명하다.
마장동에서 구입한 사골을 24시간 고아 국물을 낸다. 1년 365일 내내 가마솥의 불을 꺼뜨리지 않는다고. 너무 진하지도 너무 묽지도 않은 국물 맛이 이집의 자랑이다. 우선 탕 안에 있는 고기를 부추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육질이 연해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함께 내온 소면 사리를 먼저 먹고 밥을 말아먹는 코스를 마치고나면 보양이 따로 필요 없다. 매콤한 맛을 원한다면 양념장을 요청하자. 다른 집과는 달리 테이블에 양념장을 두지 않고 찾는 손님에게만 내준다. 시큼하게 잘 익은 깍두기 국물을 섞어 먹는 것도 좋다. 가마솥 곰탕 8000원, 꼬리곰탕 1만 3000원.
'보리촌'은 보리비빔밥으로 입소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보리밥 하나를 주문해도 11가지 비빔 나물이 나온다. 여기에 대여섯 가지 반찬, 쌈 등으로 수라상 부럽지 않은 푸짐한 음식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간은 입맛에 맞춰 고추장과 된장을 섞어 맞춘다. 단 맛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된장의 비율을 높이면 된다. 무엇보다 식전에 나오는 조밥이 일품이다. 기장조로 지어 찰지고 고소하다. 함께 내온 김과 함께 먹으면 본 요리 못지않게 훌륭하다. 보리비빔밥 6000원.
여주의 천서리 막국수를 과천에서도 맛볼 수 있다. 여주 막국수촌에서 음식을 만들던 주방장이 '찬우물막국수'로 옮겨와 주방을 책임지는 덕이다. 메뉴는 비빔막국수와 동치미막국수, 편육이 전부다. 직접 담근 시원한 동치미 국물에 말아낸 동치미 막국수도 권할만 하지만 매콤하고 개운한 비빔막국수도 좋다.
무엇보다 검은 면발에 촘촘히 박힌 메밀이 맛의 핵. 입속으로 들어가서 구수한 맛을 낸다. 여기에 오이·배·돼지고기 볶음·김가루가 매콤 새콤 달콤한 양념장과 어우러져 때론 상큼하게, 때론 고소하게 맛을 더한다. 알싸한 매운맛에 땀을 쏙 빼고 나면 오히려 시원함이 밀려온다. 비빔 막국수·동치미 막국수 5000원.
미대 출신 주인 내외의 안목이 돋보이는 갤러리 카페 '봄'. 작지만 유럽의 작은 카페처럼 정감 있고 멋스럽다. 살던 집을 개조하여 만든 카페라서 내부는 다소 좁지만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매달 다른 전시를 여는 것도 유난히 여성 손님의 발길이 잦은 이유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호기 샌드위치. 특히 다이어트 중인 여성에게는 이탈리안 샌드위치가 적당하다. 음료 5000~8000원, 이탈리안 샌드위치 7000원, 스페셜 스테이크 샌드위치 8000원.
백혜선 기자 [s100@joongang.co.kr]
가마솥 회관 02-503-3377, 갤러리 카페 봄 01-502-0606, 보리촌 02-3679-5533, 찬우물 막국수 02-503-09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