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시정마,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한국마사회(KRA·회장 이우재)가 전북 장수군에 조성한 장수육성 목장이 3월 말 개장을 앞두고 말들의 청춘사업에 돌입했다. 40억원짜리 씨수말 메니피와 사일런트워리어·두엘러티 등이 162마리의 엄선된 암말들에게 씨를 나눠줄 예정.

그런데 이 뜨거운 사랑의 장소에 내시역할을 하는 불쌍한 말들이 있다. 씨수말 교배전에 다양한 기교를 구사해 씨암말의 흥분상태를 이끌어 내는 시정마들이다. 이들은 암말들이 잔뜩 몸달았을 때 씨수말에게 자리를 내주고 초라하게 뒷전으로 물러나야 한다.

교배 전 신경이 곤두선 암말들의 발길질에 다치고. 헛물만 켜는 처지에 스트레스를 잔뜩 받아 수명까지 짧아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씨수말의 교배시간은 시정마까지 동원하는 요란한 사전작업과는 달리 겨우 5~15초에 불과하다.

500칸의 마방과 말수영장. 원형마장 등 약 8만 평의 시설부지와 25만 평의 초지를 보유하고 있는 장수육성 목장은 경사주로 1.6km와 언덕주로 1.5km도 조성돼 훈련장소로도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김형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