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3년이면 고무신도 구멍이 나고 군화 뒷굽도 다 닳는다는데…. 우리의 연애 전선은 철갑신발이다. 정말? 아니야 하늘이 주신. 아니. 일간스포츠가 준 기회란말야. 이 참에 제대로 궁합을 봐야지. 서비스로 결혼 날짜도 받으면 더 좋고. 동양·서양 가리지 말고 점이란 점은 다 봐서 결혼 도장 확실하게 찍자.
<1> 강남구 신사동 ‘점술천하’- 수정구슬
만화에서나 봤던 수정구슬로 전생을 통해 궁합을 본단다. 각자 손 하나씩 수정구슬에 올려놓고 눈을 감으니 조마조마하다. ‘무슨 이야길 하려나?’
“오성수 씨는 독일에서 무역상을 했군요. 지체높은 귀족이기도 하고요. 왕자병이 있겠네요.” 키득키득. 아니 왕자병이라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섭섭하게 하시나요. “김수현씨는 고려시대 장수였고. 또 대가집 마님이었네요.” 내가 남자같은 성격을 지녔다는 건가?
“두 사람은 닭살 커플형이군요. 그런데 남자가 조금 간드러지게 애교를 부리면 여자는 ‘왜 그러는데’하는 스타일이네요.” 그런가? 조금 알쏭달쏭하다. “사랑 표현을 좀 더 확실히 하세요” 끄덕끄덕. 처음 보는 점인데 전생까지 말해주다니. 아이쿠. 어쩐지 정신이 몽롱하다. @_@ 수정구슬 전생상담 2만원. 여기에 궁합까지 본다면 4만원.
<2>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사주카페 솟대’- 사주
생년월일시를 컴퓨터에 입력하니 주르륵 사주가 나온다. “남자분은 왕자과 스타일이네요. 이슬왕자.” 뭐야 또 왕자야. 짜증나네~. 오빠. 진짜로 왕자 아니야. 다시 생각해봐야 겠는걸. 큭큭. “여자분은 마마걸에 소심녀군요. 남편을 절대 못 이겨요.” 어? 아닐텐데…. 나도 많이 지는데. 오빠. 제가 못 이긴게 아니라 져준거라고요. 확실히 해 둬요.
“부인감 딱 맞네. 두 분은 결혼하면 절대 헤어지지 못해요.” 그래. 그렇다면 이 기회에 택일이나 받아보자. “그러면 언제 결혼하면 좋죠?” “어디보자~. 10월이 좋겠군요.” 우리 올해 결혼한데요~o
주 1인당 15.000원. 신점은 2만원.
<3> 마포구 서교동 사주카페 ‘재미난 조각가’- 육효
또 왕자이야기가 나오는 건 아니겠지. 괜히 신경쓰이네. 그런데 육효는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데. “음~. 오빠가 조금 고집이 세요. 그래서 가끔 싸우는데 성격상 서로 괜찮은 건가요?” 수현아 잘 물어봤다. 산가지 12개가 들어있는 산통을 흔들어 3개를 꺼냈다.
64괘중 25번째 괘인 ‘천뇌무망’괘가 나왔다. “이 괘는 상충의 괘네요. 자주. 가끔은 심하게 다투겠군요. 그런데 남자분은 자기가 져준다고 생각하고 있네요.” 어. 조금 심각한데. 에이~ 커플사이에 안 싸우는 사람이 어디있어. 커플이라면 다 그런거 아니야. 오빠. 맞긴 맞는 말 같은데…. 우리 안 좋은 거 아니에요? 괜히 걱정되네.-_-jj
펼쳐진 타로카드에서 각각 두 장씩 뽑았다. 카드 그림으로 보니 왕자와 공주에 다 밝은 표정이다. 왠지 좋은 예감이 든다. “두분 연인 맞네요. 직장 동료로 만났고요. 관계 속도가 최근에 급속도로 빨라졌군요. 결혼은 수현씨가 조금 급하고 성수씨는 여유만만한데요. 수현씨가 좋아하는 마음이 더 강해요. 물론 서로 좋아하지만.”
이야. 오랜만에 제대로 된 점괘군. 결혼도 재물도 일도 다 잘 풀린다니 좋다. 오빠. 이건 아니잖아~. 내가 언제 결혼에 애걸복걸 했다고…. 그런데 오빠 정말 결혼하기 싫어? 솔직하게 말해봐. 어서.어~. 어. 그게. 하하하. ;;
신내림 받은 곳이라는데 조금 겁나네. 먼저 사주를 받아보고 종을 딸랑딸랑 흔든다. 손을 잡고서 명상에 잠긴듯. “남자가 기가 약해. 소심하고.” 내가 긴장했나. 손에 왠 땀이 이렇게 나지. “여자는 고집이 세. 결혼 후에도 반드시 사회활동을 해야 지 갈등이 줄어.” 당연하지. 직장을 관둘 순 없지.
“남자는 삭이고 여자는 분출하는 형이야. 둘이 그렇게 길(吉)한 편은 아니야. 성격 등 갈등이 많아. 그래도 같이 살면 남자가 여자를 잘 따라줘야 돼.” 그럼 그럼. 내가 잘 참고 받아주는 편이지. 잘 들었지 수현아. 성질 좀 죽여라. 무슨 소리야. 오빠가 고집불통이면서. 거봐~ 거봐. 또 날 이기려고 하잖아. -_-a
복채 3만원.
이방현 기자 [ataraxia@ilgan.co.kr] 사진=이영목 기자 [ymlee@ilg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