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에서 재계약 방침을 한 외국인 투수 세스 그레이싱어(31)가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로 이적한다.
일본 산케이스포츠는 6일 ‘야쿠르트가 잔류 계약이 불발된 용병 투수 릭 거텀슨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국 프로야구에서 뛴 그레이싱어를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주 중으로 정식 계약이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날 닛칸스포츠가 야쿠르트의 현대 용병 마이클 켈러웨이 영입설을 보도했으나 결국 그레이싱어로 낙점했다. 후루타 야쿠르트 감독은 “비디오 자료를 통한 그레이싱어의 피칭은 2002년 야쿠르트에서 다승왕을 차지했던 케빈 호지스(전 삼성)의 좋았을 때와 닮았다”고 호평했다는 후문이다.
그레이싱어가 야쿠르트 유니폼을 입음에 따라 한국 프로야구는 일본 프로야구의 용병 공급처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2002시즌 후 게리 레스·타이론 우즈가 건너간 것을 시작으로 호세 페르난데스·클리프 브룸바 등 한국 프로야구에서 수준급 활약을 펼친 용병들이 줄줄이 일본행을 선택했다.
KIA는 그레이싱어의 일본 급선회로 적잖이 당황한 눈치다. 오현표 KIA 운영팀장은 “그레이싱어 측에 재계약 조건을 통보했는데 가타부타 말이 없다가 야쿠르트 이적 보도가 나왔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 용병제도상 수준급 용병의 일본행을 막을 수 없다는 데 있다.
1년 계약으로 시즌 후 팀의 선택권(한국 프로야구는 제외)은 용병이 가지고 있는 데다 연봉 상한선(30만 달러)과 재계약시 인상률 상한선(전년도 연봉의 25% 이내)이 있기 때문이다. 연봉 상한선을 철폐한다고 해도 ‘머니게임’에서 일본에 밀릴 수밖에 없다.
구단의 한 관계자는 “윈터미팅에서 용병 유출 방지를 위한 보완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질적 대안은 떠오르지 않는 형편이다. 갈수록 용병들의 기량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수준급 용병들의 일본 러시는 한국 프로야구 수준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