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래마을의 유기영아를 포함 4년간 아기 3명을 출산 직후 목졸라 살해한 프랑스 여인 베로니크 쿠르조의 엽기적 행각이 경찰 조사결과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 12일(프랑스 현지 시각) 연쇄 살인혐의로 구속된 그녀는 아이를 낳은 직후 또는 임신중 충동에 이끌려 살인까지 저질렀다는 것. 프랑스 경찰이 쿠르조의 살해 충동을 언급하면서 산후우울증과 ‘그때’만 되면 도벽에 시달리는 생리 증후군과의 관련성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아기살해 충동은 산후우울증 때문?
정신과 전문가들은 쿠르조의 살해충동을 여성들이 흔히 시달리는 산후우울증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발생한 우발적 사건으로 진단하고 있다.
산후우울증은 출산 여성 10∼20%가 겪는. 보통 10명 중 4명 꼴로 발병하는 비교적 흔한 정신질환이다. 산후우울증은 임신 중 충만했던 여성호르몬과 엔도르핀의 수치가 출산 후 급격히 떨어지면서 아기에 대한 부담과 겹쳐 심리적 패닉상태에 직면할 때 발생한다.
영아살해나 자살충동같은 사회적 문제가 되는 극단적 행동이 바로 이 때 나타난다는 것이 의학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때 브룩실즈가 첫 딸 출산 이후 극심한 산후 우울증을 호소하며 자살충동에 시달렸던 것이 대표적인 예.
임신중 또는 출산후 아이를 살해하는 경우는 동물 사회에서는 매우 흔하게 관찰되는 비이성적인 행동이라는 설도 제기된다. 수태 동물의 10%가 이에 해당한다.
■생리 때만 되면 훔치고 싶은 충동 생겨
한때 생리 때만 되면 도벽이 생겨. 19년동안 법정과 감옥을 전전한 한 50대 여성 이야기가 언론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몇 년 전 마포에서는 한 매장에서 화장품 등을 훔친 혐의로 50대의 이모씨가 검거되었다. 전과 7범인 이씨는 주로 10만원 내외 물품을 훔치고 검거될 때마다 “생리 도벽으로 어쩔 수 없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일반 주부나 대학생 중에도 ‘생리도벽’에 시달린다는 사례는 심심찮게 나타난다. 피해액수가 작은 도둑질에 대해서는 정신질환으로 여겨 무죄방면한 온정주의가 대세였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1980년대 콕스라는 학자가 여대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여성은 생리 기간 중에 우울·위의 통증·답답증을 느꼈지만 다른 뚜렷한 신체적 및 심리적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생리 기간 중 저지른 도둑질에 대한 무죄방면은 잘못된 처사라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시각이다. 최근의 추세는 상습적일 경우 불구속 입건이 일반적이다.
가임여성의 약 5% 생리 전 증상 심각
산후우울증은 모든 엄마의 20% 정도에서 나타난다면 임신 가능 여성의 약 5% 정도가 심각한 생리 전 증상을 겪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조숙행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정신과)가 서울지역 230명의 여고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7%인 4명이 정신과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생리 전 증후군이 심각했다.
우울증·신경과민·충동·주의집중·기억력·인지력 장애 등 정신적 증상과 불면증·과식증·하복부·유방·관절통증·몸이 붓는 것 등 육체적 증상 등 200여 가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인은 분명치 않지만 이같은 증상은 대체적으로 생리 전 여성호르몬의 변화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월경이 불결하다는 무의식적 압박에 기인한다는 사회심리학적 설명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