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기 인제대 교수의 영구 제명 등으로 어수선하던 한국 씨름이 지난 20일 막을 내린 KB국민은행 금산인삼장사 씨름대회를 통해 중흥의 가능성을 엿보였다. 백두 등 4개 체급에서 모두 새 얼굴들이 장사 타이틀을 거머쥐며 스타 탄생을 알렸고 우승 후보들이 대거 몰락하는 이변도 속출해 재미를 더했다.
▲뉴 페이스의 등장
태백과 한라급에서는 생애 첫 꽃가마의 주인공들이 탄생했다. 첫날 태백급에서는 올해 데뷔한 새내기 구자원(22·서울 동작구청)이 김형규(현대삼호중공업)와 결승전까지 단 한 판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기량을 선보이며 정상에 올랐다.
한라급에서도 2004년 데뷔한 3년차 문찬식(24·현대삼호중공업)이 생애 처음으로 결승에 올라 우승까지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시련을 이겨낸 인간 승리
백두급에서는 은퇴 위기에 몰렸던 황규연(31·현대삼호중공업)이 2년 5개월 만에 타이틀을 되찾으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해 소속팀인 신창건설 씨름단의 해체로 1년 반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황규연은 지난 7월 현대삼호중공업에 새 둥지를 튼 뒤 이번 대회에서 통산 5번째 백두장사를 거머쥐었다.
금강급에서도 지난해 허리를 다쳐 6개월 이상 재활을 한 장정일(29·현대삼호중공업)이 2년 4개월 만에 정상을 탈환해 감동을 안겨주었다.
▲춘추전국시대의 개막
반면 강력한 우승 후보들은 예상 밖의 부진을 보여 앞으로 절대 강자 없는 모래판 혼전을 예고했다.
지난 8월 제천 장사 대회에서 백두장사에 오르며 차세대 스타로 등장했던 박영배(현대삼호중공업)는 이번 대회 16강전에서 황규연에게 경기 시작 2초 만에 잡채기를 당해 탈락했고. 한라장사를 통산 14차례나 제패했던 김용대도 8강전에서 조범재(맥섬석GM)에게 패한 뒤 4·5품전에서는 천홍준(현대삼호중공업)에게도 무릎을 꿇었다.
또 제천 대회에서 태백장사를 차지했던 한승민(의성군청)은 예선에서 김제헌식(안산시청)에게 패해 16강 진출에도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