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알고 있겠지만 김미현 선배가 제이미 파 오웬스 코닝클래식에서 시즌 2승을 차지했다. 같은 무대에서 뛰고 있는 후배로서 참 기분이 좋고 선배들의 부활 샷에 축하와 박수를 보낸다.
이번주에는 LPGA투어 대회조직위원회의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과 김미현 선배의 경기 내용을 통해 어떻게 하면 스코어를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어떻게 보면 이 두 가지 팩트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내용일 수 있다. 그런데 서로 다른 이 두 가지 사실이 모두 이번 대회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점이다.
이번 대회는 여러 가지 사건이 많았다. 한마디로 물난리 대회였다. 한국에도 지난 주말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많은 피해가 난 것으로 알고 있다.
대회 장소였던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 지역에도 프로암과 2라운드 도중 엄청난 비가 내리는 바람에 중단돼 4라운드 내내 파행 운영이 불가피했다. 1984년 대회가 시작된 이래 처음 있는 최악의 기상조건이다.
이 대목에서 LPGA투어 대회조직위원회의 안전에 대한 완벽한 대비책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2라운드가 시작하기 전에 시카고 쪽에서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발생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LPGA는 현장에 항상 나와 있는 기상담당자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대회를 진행시켰다.
그러다 천둥 번개와 폭우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사이렌을 울려 경기를 중단시켰고. 미리 코스 중간중간에 배치해 놓았던 대피차량을 통해 선수들을 대피시켰다. 갤러리와 자원봉사자들도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것을 요구했다.
처음에는 너무 호들갑을 떠는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30~40분이 지나서 그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 그렇게 대피가 끝나고 나자 급작스럽게 검은 구름이 몰려와 억수같은 비를 퍼붓고 번개와 천둥이 치기 시작했다. 빠른 상황판단과 체계적인 LPGA의 대피체제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이 얼마나 치밀하게 대회를 운영하고 있는지를 실감나게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코스에서의 경기운영 능력도 이와 같은 것이 아닌가 싶다. 단순히 올 시즌 LPGA투어 평균 드라이브 샷 거리 부문만을 놓고 본다면 나는 평균 276야드로 랭킹 4위에 올라 있고. 김미현 선배는 평균 242야드로 131위에 머물만큼 단타자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올해 이미 2승째를 거머쥔 김 선배는 4라운드 동안 보기를 한 것은 3라운드에서 초반 연달아 3개를 한 것을 제외하고는 1. 2. 4라운드에서는 전혀 보기가 없는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다. 총 버디수는 모두 21개. 특히 폭우와 무더위 등의 악조건 속에서도 자신만의 견고한 플레이로 생애 첫승을 노리던 나탈리 걸비스를 침몰시켰다.
우승을 목표로 경쟁하는 같은 선수로서 느끼는 것은 정확한 상황 판단과 뛰어난 대처능력이라는 사실이다. 코스에서 플레이 때는 자신에게 어려운 상황을 되도록이면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돌아가야 할 홀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드라이버를 잡는다든지. 무모한 클럽 선택으로 위기를 자초해 벙커나 워터해저드에 그만 볼을 빠트리고 마는 코스 매니지먼트는 스코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맹목적으로 멀리만 보내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주말 골퍼들도 이제 코스 설계자의 의도를 파악하며 샷을 하는 습관을 길러보면 어떨까. 샷은 그대로이지만 스코어는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