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장윤호의MLB인사이드]로저스와 마이크 타이슨, 그리고 지단
다음 날 아침 프랑스의 스포츠 신문 '레퀴페(L'Equipe)'에 이런 글이 실렸다. '지네딘 (지단), 오늘 아침 우리는 우리 아이들, 그리고 당신을 살아가면서 항상 본 받아야 할 로울 모델(role model)로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무엇이라고 얘기해야 합니까? 당신이 스포츠의 가장 기본적인 룰을 깨뜨린 사람들의 집단에 속하게 되다니요.... 그것이 축구 선수로서 지단, 당신의 마지막 모습이 됐습니다. 당신과 같은 사람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까?'
12일(이하 한국시간) 피츠버그 앨리개니 강가에 그림처럼 자리 잡은 PNC 파크에서 2006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이 열렸다. 아메리칸리그 선발 투수의 영광을 차지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케니 로저스는 텍사스 시절 박찬호의 동료 투수로 우리 팬들에게도 친숙하다. 디트로이트 첫 시즌인 올해 11승3패, 평균자책점 3.85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1964년 11월11일 생으로 생일이 지나지 않아 미국 나이로는 41세인 그는 2004년 로저 클레멘스 다음으로 올스타 게임에 선발 투수로 등판하는 역사상 두번째로 나이가 많은 투수가 됐다.
디트로이트 선수로는 1985년 잭 모리스, 왼손 투수로서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돼 있는 1947년 홀 뉴하우저 이후 첫 올스타전 선발 등판이다. 케니 로저스는 텍사스 소속이었던 지난해 디트로이트 코메리카 파크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는 팬들과 언론으로부터 야유와 조롱을 받았다. 당시 2주 전에 텍사스 알링턴 홈구장에서 경기 전 몸을 푸는 워크아웃을 하는 도중 자신을 취재하던 2명의 방송 ENG 카메라맨을 밀쳐 문제를 일으켰던 것이다. 케니 로저스는 처음에는 20경기 출장 정지를 받았다가 최종 13경기에 벌금 5만달러를 부과 받았다.
2002년 텍사스 레인저스의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지의 한 스포츠 바에서 박찬호의 소개로 케니 로저스와 인사를 나누고 1시간 가까이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당시 케니 로저스는 맥주 한 잔을 앞에 놓고 내내 홀짝였다. 술을 삼가하는 절제력을 갖춘 합리적인 사람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방송 기자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케니 로저스는 "(그 사건으로) 나는 정말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적어도 조금은 성장하고 배운 것 같다.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고 그런 적도 없다. 그때의 실수가 내 마지막 실수라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앞으로도 내 인생에서 겪을 시련들을 통해 배우고 그 다음에 더 잘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올스타전 선발 등판의 소감을 밝혔다.
1997년 6월29일 라스베가스에서 전 세계 복싱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마이크 타이슨과 에반더 홀리필드의 대결이 열렸다. 마이크 타이슨은 3회 홀리필드의 오른 쪽 귀를 물어 뜯는 괴기한 행동을 하다가 실격패하고 말았다. 그것으로 그의 인생은 끝났다. 1996년 9월28일 볼티모어의 올스타 2루수 로베르토 알로마가 존 허시백 심판의 얼굴에 침을 뱉는 물의를 일으켰다.
파리에 본부를 둔 반인종주의 단체 하나는 '마르코 마테라치가 지단을 더러운 테러리스트(dirty terrorist)라고 부르며 자극했다'는 주장도 했다. 그러나 그 어떤 모욕과 이유도, 골든볼의 광채도 영원히 지단의 오점을 가려주지 못할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장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