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월드컵 스타 되지 않을래?" 사커맘 열풍
'사커맘'이 월드컵 열기를 이어받았다.
한국은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온 국민의 염원인 16강 진출을 이루지 못했다. 그 끝을 모르게 뜨거워져 가던 축구 열기도 시나브로 식고 있다. 그런데 월드컵과 상관없이 뜨겁기만 하다. 뭘까? 사커맘이다.
'축구하는 자녀를 뒷바라지하는 엄마’라는 뜻을 가진, 20~40대 초반의 사커맘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 아이가 축구를 좋아하면 주저 없이 축구교실에 보내는가 하면, 체력 강화를 위해 보약을 지어 먹이고, 축구교실 가까운 곳으로 전학시키는 축구에 관한 한 극성 엄마라 할 만하다. 심지어 월드컵을 보여 주기 위해 아이와 전 가족이 독일에서 월드컵을 관람하는 데 앞장서는 사커맘도 나와 화제에 오르내리고 있다.
축구에 대한 엄마들의 높은 관심에 힘입어 각종 축구교실은 월드컵 전후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어린이 축구교실의 선구자 격인 차범근축구교실의 경우 유치부 6세반 90명·7세반 90명, 초등학교 1학년 50명·2학년 40명·3학년 30명·4학년 20명 등 대기자 리스트에 오른 인원만 300명이 넘는다. K리그 스타 출신인 이상윤 수석 코치는 "이번 월드컵을 맞아 지금도 축구교실에 가입하기를 희망하는 아이들이 계속 늘고 있다"라고 말한다.
차범근축구교실 초교 2학년반엔 차인표·신애라의 아들(초등학교 2학년), 6세반에는 탤런트 이훈의 아들이 뛰고 있다. 최근엔 배구 스타였던 임도헌 전 청소년대표팀 코치의 아들도 등록했다고 한다.
TV에선 축구하는 아이들의 깜찍한 모습을 보여 주는 '날아라 슛돌이' 코너(KBS <해피 선데이> )가 인기를 끌고, 서울 성북구청을 비롯한 각 구청도 월드컵 붐을 타고 축구교실을 열고 있다.
사커맘은 1990년대 초반 미국 콜로라도 덴버의 시의회 선거에 나선 한 여성이 자신을 소개하면서 통용되기 시작한 말로 자녀들이 방과 후 축구 연습을 할 때마다 따라다닐 정도로 열성적으로 뒷바라지하는 성향을 보였다.
두 아들을 축구교실에 보내고 있는 가정주부 김유주(40)씨는 4인 가족이 1인당 200만원씩 들여 한국-프랑스, 한국-스위스 전을 관람하고 돌아왔다. 김씨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부터 아이가 축구를 좋아하게 됐다. 축구교실에는 월·수·금 3일을 나간다. 초등학교 6학년 맏아들이 생각보다 축구를 너무 좋아하고 잘해 중
학교에서도 축구 선수로 키워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역시 6학년 아들을 축구교실에 보내고 있는 서지언(37)씨는 "아들이 살이 쪄서 운동을 겸해 보낸다. 초등학교 때까지 취미로 시키려 한다. 아이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니 말을 안해도 공부를 더 열심히 한다. 축구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다. 아빠도 밤 10~11시에 들어오더라도 아이의 축구를 분석하고 훈련시킨다"라고 밝혔다.
아이들이 한 골이라도 더 넣도록 만들기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엄마·아빠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어린이 축구가 열리는 경기장에선 엄마들이 추운 겨울에도 장시간 컵라면을 끓여 먹으며 자리를 지키거나, 서너 시간씩 비디오 카메라로 경기 모습을 찍으며 분석하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팀의 엄마들이 몸에 좋다는 미꾸라지 등을 단체로 주문해 아이들에게 먹이기도 한다. 아이가 한 골 넣으면 즉석에서 피자를 쏘는 통 큰 아빠들도 적지 않다.
마포에 사는 직장인 성기애(42)씨는 "일요일에만 4학년 아들을 축구교실에 보낸다. 일요일이나마 아이들과 온전히 같이 할 수 있어 엄마로서 마음이 놓인다. 아파트 단지의 엄마들끼리 서로 돌아가면서 카풀을 하고, 점심도 사고, 아이 걱정도 하면서 친해졌다. 축구를 통해 아이들도 친구 사귀고, 엄마들끼리 친구가 되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장상용 기자 enisei@ilgan.co.kr
<팁> 그 밖의 '맘'들
여성 상위시대라는 말이 별로 거부감 없이 다가오는 현대에 사커맘만 있을 리 없다. 다양화·다원화한 사회상을 보여 주듯 '맘'의 존재는 다채롭다.
▲키티맘: 1974년 출시된 키티 인형과 함께 성장한 세대를 일컫는 말.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의 기혼 여성을 가리킨다. 물질적으로 넉넉하게 자랐고, 고학력에다가 인터넷 1세대로 당당하게 자신의 욕구를 표출하는 편이다.
▲웨이트리스맘: 소득이 높지 않은 직장에서 일하는 고달픈 주부들.
▲헬리콥터맘 : 아이들이 성장해 대학에 들어가도 헬리콥터처럼 아이 주변을 맴돌면서 온갖 일을 다 참견하는 엄마들.
▲시큐리티맘: 9.11 테러 이후 테러로부터 가족의 안전에 최우선 관심을 기울이는 엄마들.
장상용 기자 팁>해피>